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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경기검무 문화재 지정 1주년 공연 김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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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경기검무 문화재 지정 1주년 공연 김근희

입력
2012.03.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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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문화재 여전히 찬밥 신세예요."

검무(劍舞)는 무술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민족 고유의 연희다. 우리의 북방 기마 민족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사위마다 날렵함이 배어 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 보유자 김근희(67)씨가 문화재 지정 1주년 기념 무대에 오른다. "경기 검무는 현재 평양, 전주의 검무와 함께 문화재로 지정된 셋 중 하나죠."

교방 입춤, 한성준류의 태평무 등의 이수자이기도 한 김씨의 검무는 정교함과 화려한 사위가 일품이다. 나이를 잊은 듯 무대 일선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는 그의 행보를 닮았다. 4월 국악원 예악당 '명인명무전'을 비롯해 5월 미국 LA문화원 초청 무대 '우리 전통춤 향연', 6월 문화재 지정 1주년 기념 공연 등 한창 때가 무색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실기와 현장뿐 아니라 이론에까지 밝다는 점은 그를 달리 보이게 한다. <무용 개론> <곡선의 미학과 우리의 춤> <금강역사> <사천왕무> 등 정교한 무보까지 수록된 그의 책은 교재로 쓰이기도 한다. 15년째 해오고 있는 정리 작업의 결과다. "궁중 무용이라 해서 정재는 무보로 기록돼 있지만 민속 춤은 기록과 연이 없었죠." 순 한글로는 첫 작업이다 보니 용어도 새로 만들어야 했다. 겨드랑추임새, 앙가주춤 사위, 두루엮음채 사위 등 20여 가지 용어가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 대진대에서 정년퇴임하기까지 17년 강단에 서고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는 등 오랜 전통무용 교육의 경험이 낳은 자연스런 결과다.

"직접 춤을 가르치다 보니, 춤 이론이 음악에 종속되는 것 같아 우선 용어에 대한 갈증이 컸죠." 그가 지어낸 순 우리말 용어를 제자들이 논문에서 인용하면서 점차 학계에 스며들었다. 그는 "현실에서 멀어져가는 전통 문화를 시대에 맞게 과학적 기반 위에 세우자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춤꾼으로서의 출발은 미군들이 버리고 간 은박지로 장식을 만들어 놀던 대여섯 살 무렵이었다. "집안의 별종"은 10대에 종로4가 수도국악원에 들어가 가무악을 섭렵했고, 김백봉의 '혹부리영감'을 비롯해 굿과 여성창극단의 무대를 다니며 다 챙겼다. 해외 공연으로 벅찼던 30,40대를 지나 1990년대에는 설악산 권금성 꼭대기와 백두산 천지에서 춤을 추었다.

경기 구리에 '경기 검무', 안산에 '경기 검무 보존회' 등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 참에 본격 전수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지방 문화재요? 여전히 홀대 받고 있어요. 특히 해외 공연 지원, 건강보험 같은 데서…."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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