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억 횡령 혐의 은행지점장 '무죄'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설범식 부장판사)는 고객 예금 68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외환은행 전 지점장 정모(4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식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은행에 예금된 돈을 다른 통로로 대출해 준 것은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지만, 예금주로부터 자금 관리에 관한 동의나 위임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제출된 증거만으로 횡령죄 성립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씨는 은행 프라이빗뱅킹(PB) 팀장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재일교포 강모씨 등 VIP 고객 15명의 통장과 인감을 받아 계좌를 관리하다 이들의 돈을 임의로 코스닥과 코스피 상장회사 등에 빌려주고 각종 펀드에 투자하면서 연7.0~15.0%의 고금리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 펀드가 손실이 나고 대출해준 회사가 상장폐지되자 은행 측은 2010년 3월 정씨를 보직 해임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은행 지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정씨는 “고객에게 포괄적 위임을 받아 거래를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