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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혈단신 뛰어든 시리아 "그곳은 매일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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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혈단신 뛰어든 시리아 "그곳은 매일 지옥이었다"

입력
2012.03.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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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상하고 앳된 얼굴에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시가전 중 목숨을 잃은 거리의 소년 가브로쉬를 닮았더군요."

지난달 말 시리아를 빠져 나온 프랑스 외과전문의 자크 베레(71ㆍ사진)씨는 홈스에서 만난 10대 소년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어른거린다. 바바 아므르의 임시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소년은 정부군의 포격으로 몸이 거의 두 동강 나 있었고,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숨을 거뒀다. 그는 "병원에서 매일 10명 이상이 죽어나갔다"고 돌이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반정부 시위 발발 1주년(15일)을 앞둔 12일 서방 의사로는 유일하게 시리아에서 부상자를 치료했던 베레의 경험을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인 그가 혈혈단신 시리아 내전의 한복판에 뛰어든 것은 지난달 초. 밀수업자의 도움으로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은 그는 알 쿠사이르를 거쳐 반정부세력 거점도시 홈스에 잠입했다. 그가 보름여간 머물며 본 유혈사태의 현장은 생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7년 사이공 야전병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한 것을 시작으로 라이베리아, 르완다, 이라크, 리비아 등의 구호 현장을 40여년간 누볐지만 시리아는 특히 끔찍했다.

민가를 개조한 야전병원에는 수술대 한 개, 침대 세 개가 전부였고 전기가 끊기는 일도 다반사였다. 의료품도 부족해 기본적 치료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는 "수술 후 3시간 만에 지혈만 받은 상태에서 붕대를 감고 나간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80여명의 생명을 구했다. 정부군이 홈스를 완전히 포위하기 전 빠져 나왔지만 여건만 된다면 다시 갈 생각이다.

그는 "헌혈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이을 정도로 빼어난 시민정신을 보여줬다"며 "고통 받는 아이들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NYT는 반정부 시위가 시작한 이래 4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숨졌다고 전했다.

한편 나시르 압둘아지즈 알 나세르 유엔총회 의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사망자가 8,000명이 넘었는데 안전보장이사회 논의는 여전히 교착상태"라며 "총회 차원의 제재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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