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1505년 이탈리아 피렌체 베키오궁 벽에 '앙기아리 전투'를 그렸다. 같은 장소에 1563년 조르조 바사리가 벽화 '마르시아노 전투'를 그리면서 다빈치의 작품은 사라진 것으로 믿어져 왔다.
그런데 바사리는 벽화를 그리면서 병사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 '찾고자 하면 찾을 것이다(Cerca Trova)'라는 문구를 써 넣었다. 400여년이 흘러 1970년대 미술품 감식 전문가인 마우리치오 세라치니가 이 문구를 발견했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의 모델로도 알려진 세라치니는 바사리가 다빈치의 그림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문구를 쓴 것으로 여기고 연구를 시작했다. 다빈치>
30여년의 노력 끝에 세라치니가 단서를 찾았다. AFP통신 등 외신은 세라치니를 포함한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동 연구진이 바사리의 벽화 뒤편 숨겨진 벽에 다빈치의 '잃어버린 걸작'이 남아 있다는 흔적을 발견했다고 13일 전했다. 연구진은 바사리의 벽화에 조그만 구멍을 뚫고 내시경 등으로 조사를 한 결과 바사리 작품이 그려진 벽보다 3㎝ 뒤편에 또 다른 벽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여기서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에 사용된 것과 같은 종류의 검정색 물감을 발견했으며, 붉은색과 갈색 물감의 흔적도 찾았다. 세라치니는 "뒤쪽 벽에서 발견한 검정색 물감의 망간과 철 조합이 다빈치 그림에서만 나타나는 조합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앙기아리 전투'는 피렌체 정부가 1440년 밀라노와 벌인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다빈치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다빈치는 새로 시도한 채색 기법의 문제로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앙기아리 전투'는 다빈치의 최고 작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바사리도 다빈치의 벽화를 '우아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할 만큼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연구진은 바사리가 다빈치의 작품을 훼손하지 않고 새로운 벽을 세워 작품을 그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예술사가인 토마소 몬타나리는 "연구팀이 발견한 것은 다빈치의 특성과 일치할 뿐 아니라 르네상스시대 작품 대부분과 일치할 것"이라며 "객관적 검증이 부족하다"고 BBC방송에 말했다. 문화보존단체인 이탈리아 노스트라는 "바사리 작품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지난해 조사 중단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테오 렌지 피렌체 시장은 "바사리 벽화에 구멍을 뚫은 부분은 원화가 아닌 복원한 곳"이라고 밝혔다. 세라치니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풀어야 할 미스터리가 많지만 연구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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