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시장에 800ℓ 전쟁이 불붙었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용량 큰 냉장고 쪽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국내 가전 업체들의 대용량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 심지어 '세계 최대 용량' 신기록 타이틀까지 염두에 두면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은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올해 전략모델로 800ℓ급 양문형 냉장고를 선정, 신제품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양문형 냉장고 시장에서 주력 모델이 700ℓ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무려 100ℓ나 용량이 늘어난 것. 기존 700ℓ급(350만원대)보다 가격이 100만원 이상 올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더 큰 용량을 선호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이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주말에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많은 식재료를 구입하는 생활패턴이 굳어지다 보니 과거보다 더 큰 냉장고가 절실해진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냉장고 기술이 발전해 내부 용량은 커졌지만 종전 제품과 비교할 때 외관 부피는 그대로이다. 때문에 주방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전과 다르지 않아 소비자들은 대용량을 점점 더 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높은 에너지가격도 중요한 변수. 과거엔 '소용량=저전력, 고용량=고전략'의 등식이 성립됐지만, 최근엔 최신기능의 절전기술이 가미돼 용량이 커졌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비율로 전기료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냉장고는 보통 10년 정도 사용하게 된다. 요즘 소비자들은 구매시점부터 전기 사용료까지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득실을 따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한 듯, 삼성전자는 이날 834~856ℓ급 지펠 양문형 냉장고 신제품을 선보였다. 최고급 진공 단열재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 시킨 이 제품은 2개의 냉각기로 냉동실과 냉장실에 최적의 습도를 유지, 식품을 더 신선하고 촉촉하게 보관시켜준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870ℓ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를 출시했다. 내부용량으론 세계 최대라는 것이 LG전자측 설명. 기존 제품 대비 홈바 공간을 3배 이상 넓혔는데, 이는 355㎖ 캔 72개까지 동시에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다. 냉장고 외부에는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로 꼽히는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이 적용됐다.
대우일렉도 870ℓ급 이상의 양문형 냉장고 신제품 출시계획을 밝히고 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경쟁 업체에 비해 늦게 대용량 냉장고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최대 용량의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지금 추세라면 향후 더 큰 용량의 냉장고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족규모가 작아지고 있기 때문에 냉장고 용량수요가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지만, 편리함을 추구하는 생활패턴이 냉장ㆍ냉동식품의 증가추세와 맞물려 대용량 경향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1,000ℓ까지는 몰라도 900ℓ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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