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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 3인에게 '도서관 활용법'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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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 3인에게 '도서관 활용법' 들어보니…

입력
2012.03.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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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가치를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팍팍한 학교생활, 중간 기말고사 준비, 고입 대입 대비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초중고생에게 여유로운 독서는 사치로 느껴질 정도다. 이런데 독서이력이 각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주요 평가 잣대로 떠오르니 마음이 급해진 학생, 학부모들에게 단기간에 많은 책을 읽히고 독서이력 포트폴리오를 완성시켜주겠다는 학원 광고는 달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공교육 안에서 '알찬 책 활용 학습'은 불가능한 것일까.

10일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모임 세미나'가 열린 서울 중랑구 송곡여고 도서관을 찾아 사서교사인 이덕주 송곡여고 교사, 김윤미 동성고 교사, 전보라 경기여고 교사로부터 '학교 도서관 활용기'를 들어봤다.

자료 조사 습관 기르자

이덕주 교사는 몇 년 전부터 교내 중국어, 일본어교사와 협력 수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학교 및 공공도서관에서 자신이 필요한 자료를 찾고, 단행본, 논문, 신문기사 등을 활용해 지식을 쌓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일본어 수업 중 약 3주를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나름대로 일본 문화 탐구 프로젝트를 하는 시간으로 정해둔다. 이 교사는 전공인 문헌정보학 지식을 살려 학생들에게 ▦자료찾는 법 ▦자료소개 ▦발표 내용 틀 ▦찾는 과정 지도 ▦발표 확인 등을 하고, 교과 교사는 내용면에서 조언을 주는 식이다.

이 교사는 "최근 학생들에게 학습 욕구와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수행평가가 중시되고 있는데, 대부분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맡겨 '엄마숙제'가 되거나 인터넷 베끼기에 국한되고 있는 한계가 있다"며 "책 읽기를 밑바탕에 둔 다양한 수업 진행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간 기말 고사를 위해 정보를 달달 외우고, 시험이 끝나면 잊는 식의 공부보다 이 같은 학습이 아이들의 독서력, 탐구력, 정보활용능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윤미 교사 역시 지난해 2학기 중국어 교사와 협력수업을 했다. 매년 학생들이 '인터넷 짜깁기' 과제를 해오는 데 한계를 느낀 교과교사에게 '자료조사 및 정보활용'교육을 제안했다.

수행평가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한 두 교사의 조언을 정리하면, 알찬 자기주도 탐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과제 및 주제설정 ▦자료 탐구 방법 익히기 ▦도서자료 요약하기 ▦온라인 정보 검색하기 ▦참고문헌 적기 ▦보고서 및 발표자료 만들기 등 꼼꼼한 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어 수업 과제로 중국문화에 관한 보고서를 쓴다면, 무턱대고 인터넷 검색부터 시작해 쉬워 보이는 주제를 택할 것이 아니라 평소 관심이 있거나 자신의 꿈과 관련 있는 주제를 택해야 한다. 경영학과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쇼핑몰 만들기'와 같은 주제를 택하고, 체육교육과에 뜻을 뒀다면 '중국 축구는 왜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지 못할까' 등의 주제를 택하는 식이다. 그래야 흥미도 생기고 해당 기록이 입시과정에서 도움이 된다. 이후 학교 및 공공 도서관에서 이 주제와 관련된 단행본을 찾아 발췌독하고, 웹사이트(표 참고)를 활용해 관련 논문 등을 확인해 정리한 뒤 자신 나름의 의견을 덧붙이는 방법이 있다. 이 고민과 탐구의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것 역시 평가자에게 높은 점수와 신뢰도를 얻는 방법이다.

김 교사는 "보고서, 논문 등을 써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주제선정에서부터 자료 탐색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은데 학교 및 공공 도서관은 브레인스토밍, 주제선정, 자료탐구 방법 등을 연습하기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과제연구에 도전해보자

전보라 교사는 지난 학기 교내에 아예 별도 수업으로 '학생 과제 연구'수업을 개설했다. 원하는 학생들이 약 20시간에 걸쳐 교내 도서실에서 자신만의 연구 보고서를 완성하는 수업이다. 전 교사는 "많은 학생들이 주제를 정하는 일부터 어려워한다"며 ▦평소 궁금했던 일 ▦개인적인 경험에서 생겼던 딜레마 ▦사회적 문제 ▦학문적 논쟁의 가치가 있는 것 등을 써보며 주제를 택하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못 정하면, 두 가지 후보 주제를 놓고 백과사전, 단행본 등 참고서적을 살펴보며 주제를 택하면 된다. 자료를 살펴볼 때는 ▦사실 ▦의견 ▦통계 ▦사례를 구분해 필요한 부분과 원문의 저자, 연도 등을 잘 기록해두었다가, 이를 보고서에 인용해야 한다.

전 교사의 수업에서 학생들은 '박지성 선수의 은퇴가 한국 A매치에 끼친 영향', '수준별 영어수업의 문제점' 등 다양한 과제물을 완성했다. 전 교사는 "학생들은 사서교사나 교과교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직접 기자, 교수 등을 인터뷰하며 알찬 보고서를 완성했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학교 교사들의 도움만으로도 학생들은 자신만의 자기주도적 과제연구를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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