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먹튀'를 강력 비판했던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자회사가 되자마자 거액의 보너스를 받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론스타의 국부유출 등 대의명분을 내세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제 잇속을 챙기는 금융권의 탐욕만 남았기 때문이다. 첨예하게 대립하던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의 극적인 합의 이면에는 결국 막대한 보너스 지급이 적잖은 영향을 줬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이르면 이달 중 하나금융과의 인수ㆍ합병(M&A)에 따른 위로금 명목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 모두에게 기본급의 500%를 보너스로 지급할 예정이다. 은행권 최고 수준인 외환은행 직원들의 연봉(1인당 평균 5,170만원)을 감안하면 1인당 최소 1,000만원, 많게는 2,000만원 이상의 보너스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너스 지급은 이미 지난달 외환은행 노조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간 합의안에 포함됐던 내용인데, 양측은 지난달 1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비판 여론을 의식해 보너스 부분을 감추고 다른 합의 내용만 발표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협상에 나선 2010년 11월부터 론스타의 '먹튀'에 따른 국부유출을 거론하며 야외집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금융과 론스타를 공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동을 취할 때면 항상 공적 명분을 내세웠던 외환은행 노조가 정작 하나금융과의 합의에서는 거액 보너스와 고용 안정 등 사익을 추구하는 조항만 잔뜩 얻어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로선 투쟁을 할 만큼 했고, 그럼에도 하나금융이 경영권을 갖고 들어온 이상 직원들의 복지와 은행명 유지 등을 지켜내는 게 노조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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