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을 앞두고 복지 분야에서 비슷한 공약을 쏟아 내던 여야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선 뚜렷한 색깔 차이를 드러내며 정면 충돌하고 있다.
지난 7일 해군이 해군기지 예정지인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 발파 작업에 돌입하면서부터 여야의 공방이 재개됐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곧장 강정마을로 달려가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양당은 지난 10일 야권연대를 성사시키면서 제주 해군기지 공사 즉각 중단과 19대 국회에서의 공사 계획 전면 재검토에 합의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1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안보적 측면에서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기지 건설 백지화를 주장하는 통합진보당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한 대표는 "절차적 하자가 너무 크다"며 "민주적 절차를 거쳐 합의 하에 가장 바람직한 장소에 만드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당초 참여정부가 시작한 제주 해군기지 필요성 자체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되, 입지 선정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입장인 것이다. 한 대표는 2007년 총리 재직 시절 "제주 해군기지는 미래의 대양해군을 육성하고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새누리당이 대야 공세의 초점을 맞추는 곳이 이 대목이다. 참여정부가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지도부가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중대 현안에 대해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 입장이 다르면 결코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몰아붙였다.
이 같은 논란 이면엔 외교안보 문제를 바라보는 보수∙진보 진영 간의 시각 차이가 깔려 있어서 자칫 이념 갈등 양상으로 번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중국이 이어도를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하면서 해양 진출을 노골화하는 데 대한 반응부터 다르다. 보수 진영은 "중국의 야욕에 대비해 해양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보 진영은 "해군기지 건설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에 휘말릴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진보 일각의 반미주의와는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민주당 김부겸 최고위원은 이날 "해군에게 모욕감을 주고 주권을 악화시키는 듯한 발언 등은 색깔론의 빌미를 줄 뿐"이라고 우려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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