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탄생 100주년을 맞은 성철(性徹ㆍ1912~1993) 스님의 친필 유시(諭示ㆍ가르침을 내리는 문서)가 경매에 처음 나왔다. 이 유시는 성철 스님이 조계종 종정이던 1981년, 불국사와 월정사 주지 임명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쓴 글이다. 이번 경매를 진행하는 마이아트옥션 측은 12일 "생전 성철 스님과 친분 있던 사진가가 사찰 배포용으로 촬영 후 원본을 선물로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행서로 기교 없이 담박하게 쓰여진 유시에는 '持戒淸淨'(지계청정ㆍ계율을 지키되 맑고 깨끗하게 하며) '和合愛敬'(화합애경ㆍ서로 화목하게 어울리고 공경하고 사랑하며) '利益衆生'(이익중생ㆍ부처님 가르침대로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라)이라고 적혀있다. 가로 67.2㎝, 세로 68.7㎝의 종이에 먹으로 쓴 유시 마지막 행에는 '曹溪宗正 性徹'(조계종정 성철)이라고 적혔다. 경매 추정가는 1,800만~3,000만원.
이번 경매에는 다산 정약용이 세자익위사(세자를 호위하는 직책)를 지낸 이인행과 서울과 영남학파의 풍조와 경향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한 내용을 32면으로 기록한 '남북학술설'과 영국의 선교사 부인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후기의 개인이 겪을 수 있는 10가지 경사를 10폭의 병풍에 그린 '평생도 10곡병'도 출품됐다. 고서화와 근대서화, 도자, 목기와 공예품 등 총 104점 경매 출품작은 서울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15~21일 프리뷰 전시하며, 경매는 22일 진행한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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