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대표이사로 표시된 명함이 미국 법원에 소송 관련 증거로 제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명함은 2007년 이장춘 전 싱가포르 대사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며 제시했던 명함과 같은 것이어서, BBK 의혹에 이 대통령이 연루돼 있다는 논란이 또다시 재연될 전망이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 이 명함을 공개하면서 "김경준씨가 다스(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회사)와의 미국 소송에서 2008년 8월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명함에는 BBK투자자문주식회사, LKe뱅크, e뱅크증권주식회사 등 3개 회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이 대통령이 회장 겸 대표이사로 표시돼 있다. 이는 2007년 대선 당시 이 전 대사가 공개한 명함과 동일한 것인데, 이 전 대사 명함에 이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았던 동아시아연구원의 주소가 가필된 것과 달리 이번에 공개된 명함에는 011-822-536-****라는 전화번호가 수기로 기재돼 있다.
안씨는 이 전화번호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영포빌딩 소재 동아시아연구원의 번호라 주장하며 "외국에서 명함 주인에게 전화를 쉽게 하도록 하기 위해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안씨는 이 명함과 가필을 근거로 "MB가 명함을 적극적으로 뿌리고 다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앞서 2007년 이 전 대사가 BBK 명함을 공개하자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위조됐거나 사용하지 않고 폐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사용한 것이 아니라 김경준씨가 임의로 만들었을 수 있다는 게 당시 한나라당의 주장이었다. BBK 의혹을 수사한 정호영 특별검사는 이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8년 2월 21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명함 사용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당선인(이 대통령)이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며 이 대통령을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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