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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성미산 마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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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성미산 마을의 교훈

입력
2012.03.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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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공약인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마을공동체 육성을 위한 토대 만들기, 평생 살고 싶은 주거공동체 만들기, 함께 돌보는 복지공동체 만들기, 신나고 재미있는 문화공동체 만들기, 함께 만들고 소비하는 경제공동체 만들기 등 5개 분야 68개 사업에 1,340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 지원을 위한 종합지원센터도 설치한다고 한다.

한국의 신정치체제를 만들기 위한 정초(定礎) 선거를 목전에 두고 왜 갑자기 마을 만들기 얘기를 꺼내는지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민의 자치 역량을 키우는 민주주의 학습 과정이라는 점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신정치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 과정을 통하여 축적된 '사회적 자본'은 국가공동체 만들기로 전이될 수 있으며 소위 거버넌스(협치)라는 것도 마을 수준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을공동체가 구축된 곳에서는 주민들의 조직화가 수월하고 이들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정부당국이 무시하지 못할 것이며, 반대로 주민들이 자원하여 정책 실현의 일익을 담당함으로서 정부 정책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너지가 가능한 것이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성공을 바라며 종종 모범사례로 일컫는 성미산 마을 만들기 운동의 경험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성미산 마을 사례는 1994년 공동육아 모임으로 시작하여 2000년대 초반 서울시의 성미산 배수지 사업에 반대하는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거쳐 '성미산 살리기' 차원의 각종 공동체 사업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는 경우다. 성공은 다음과 같은 노력에 기인한다.

첫째, 이야기 나누기를 통한 관계 구축이다. 주민들 사이의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벽을 허물고 상호 이해에 도달하면서 공동체 차원의 문제를 새로운 공동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나와 너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보게 되면서 단순한 반대 혹은 님비를 공공선 차원의 집단행동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둘째, 연방적 조직화다. 마을의 집단 규모가 커지면서 소위 무임승차의 문제가 생기는데 대집단을 소규모 하부조직들로 구성함으로서 주민들의 결속과 연결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력을 의미한다. 성미산 마을은 외적으로 보면 수천 가구에 이르는 대조직의 모습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생활협동조합, 방과 후 교실, 공동육아조합 등 여러 소조직들의 모임으로서 면대면 접촉을 통한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셋째, 재활용 전략이다. 이는 새로운 운동을 조직하기 위해서 지역 사회 저변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네트워크를 리사이클링하는 방법으로서, 가령 지역의 기존 교회와 학교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마을 만들기 조직을 확대, 증식 시키는 전략이다. 성미산 마을의 경우 반상회, 부녀회, 종교모임, 봉사모임, 체조모임 등 기존 친목 공동체 네트워크들이 마을 만들기 운동 조직과 교차적으로 연결되면서 집합행동의 상승작용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넷째, 마을축제와 같은 감성적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특히 단순 공연보다는 참여적 과정이 중요한데, 성미산 마을의 경우 주민들이 마을 축제 행사의 기획부터 공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서로 거리감을 좁히고 화합과 신뢰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다섯째, 인터넷과 라디오 방송의 활용이다. 성미산의 경험은 면대면 접촉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마포 FM과 같은 지역 방송을 통한 마을 만들기 또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성미산 마을이라고 완전한 공동체도 아니고 실제 성미산 지역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실패에 대한 경험도 존재한다. 공동체 마을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시민정치'의 구현에 있어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개방형 국민경선의 도입만큼이나 중요할지 모른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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