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백수'가 무슨 노동조합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노조설립 신청은 4번이나 반려됐다. 구직자 실업자 등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자'가 노조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누구도 제기하지 않았던 노동 문제를 지적해, 해결책까지 이끌어내면서 존재감은 달라졌다. 13일 출범 2주년을 맞는 국내 첫 '세대별 노조' 청년유니온이다.
청년유니온은 15~39세 청년이라면 노동자 실업자 구직자 상관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조다.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어 생소하지만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출범 당시 60여명에 불과했던 조합원은 500명을 넘어섰고, 인터넷 카페 회원은 5,800명에 달한다. 많은 이들이 조합비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청년유니온이 실제로 일궈낸 변화들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지난 2년 사이 청년유니온은 전국 430여개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을 조사해 이 중 66%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해 정부의 감독을 끌어냈고, 피자배달 아르바이트생의 오토바이 사고 주원인이었던 '피자 30분 배달제'도 폐지하도록 했다. 또 커피전문점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주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고발, 커피빈이 약 3,000명의 아르바이트생에게 5억원의 밀린 수당을 지급하게 했다. 주휴 수당이란 사용자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1주일에 1일 휴일에 하루치 임금을 주는 것으로, 아르바이트생뿐 아니라 사용자들조차도 잘 알지 못했던 수당이다.
하지만 아직 법적으로 신고된 노조가 아니라 한계도 있다. 피자업체나 커피전문점은 여론을 의식해 청년유니온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였지만,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법적 권리가 없어 사업주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계속 반려됐던 법내 노조 설립은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이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도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내 노조가 되면 청년유니온은 조합원을 고용한 사용자, 예컨대 주유소 사장이나 편의점 가맹점주 등에게 정식으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가 아닌 자가 포함돼 있으면 원칙적으로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며 "노조의 핵심은 단체 교섭인데 실업자의 경우 교섭 상대방이 없기 때문에 노조 설립의 실익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교섭 상대방이 없어 쟁의권 등을 행사할 수 없다 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2004년 대법원도 '구직자도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만큼 청년유니온을 법내 노조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법내 노조 진입을 최대 목표로 삼고있다. 지난달 2기 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 선출된 한지혜 위원장은 "처음 창립할 때는 청년들끼리의 위로와 공감을 중요시했지만 이제는 전문성을 갖춰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내 노조로 만들 것"이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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