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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구원(久遠)7-구원(救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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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구원(久遠)7-구원(救援)

입력
2012.03.1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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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뒤에 두고

무서워 도망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버림과 버려짐의 형극(荊棘)을

맨발로 걷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앉아 제 손을 쓰다듬는 일.

생인손 앓던 손을 쓰다듬다가

늙어 나무가 된 제 손을 잠시 못 알아보는 일.

(중략)

하얗게 닳아 반지르르한 바람의 손을 잡고

세월을 따라간다. 세월이 되어 간다.

풍장(風葬)으로 회한도 말끔히 말려

내 붉은 심장만 단풍잎으로,

단풍잎으로 남기자.

무서워서 그랬다고 부끄러운 낯 붉히며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말, 미안해.

하기도 전에 눈이 내린다.

붉은 마음 위에 얹히는 흰 손.

바래고 바래. 가장 늙고 따뜻한.

● 느닷없이 떠나고 느닷없이 버려지는 슬픔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슬픔. 갑작스런 죽음이나 이별은 시인의 표현대로 맨발로 가시나무 위를 걷는 듯한 고통을 줍니다. 사람과의 이별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함께 해 온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또 어떤 이들에게는 자연물과의 이별이 그런 것이지요. 구럼비 발파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생각합니다. 바람의 손길에 닳아가며 조금씩 사라지는 일은 이제 바위나 돌멩이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운명인가 봐요. 뭐든 바래고 바랜 채로, 늙고 따뜻하게 좀 놓아두면 안 되나요? 미래의 아이들이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당신들에게 구원(救援)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으나, 더 이상 망치지는 말아주세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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