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서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청와대 개입설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입을 막는 과정에 "(증거인멸 지시 사실 등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다"고 말한 내용의 녹취록이 12일 공개됐다. 청와대의 개입을 보여줄 단서가 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장씨가 이날 인터넷 언론을 통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 전 행정관은 2010년 10월18일 증거인멸로 기소돼 1심 선고를 한 달 앞두고 있던 장씨를 만나 폭로를 중단시키기 위해 "캐쉬(현금)를 주겠다. 현대차 또는 포스코에 취직시켜 주겠다. 검찰에 말해 벌금형을 받게 해 주겠다"는 식의 회유를 시도했다.
최 전 행정관은 장씨가 머뭇거리자 "민정(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장진수가 허튼소리하고 다닌다고 뒤집어졌다"며 "(민정에) 내가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뒀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과정의 청와대 개입 및 장씨 회유를 위한 취업 알선까지 민정수석실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최 전 행정관은 이런 회유에도 장씨가 '폭로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하지 않자 "내 이야기를 불신한다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만나게 해 줄까, 아니면 현대차 부사장을 만나게 해 줄까. 자네(장씨)한테 한번도 허풍을 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 전 행정관은 또 불법사찰의 실체를 숨기는 이유를 '윗선들' 보호 목적이라고 말하며, 그 중 한 명으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언급했다. 최 전 행정관은 "(폭로하게 될 경우) 민정수석실도,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감에서 증언했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도 위증 문제로 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내가 이영호 비서관을 원망하는 마음이 좀 있지만 '저 사람 여기서 더 죽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청와대 개입설이 드러날 경우 자신들을 보호할 윗선이 사라질 수 있다면서 "여태까지 검찰에서 겁을 절절 내면서 나에게 조심했던 건 내가 죽으면(개입사실이 드러나면) 당장 사건이 특검으로 가고 재수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검찰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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