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비판하며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씨가 발언한 '해적기지' 표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해군ㆍ해병대와 보수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 대응해 김씨의 발언을 옹호하는 입장 표명도 줄을 잇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작 제주 해군기지의 여러 본질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민국해군동지회 등 해군 예비역 단체 회원 40여명은 12일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 앞에 모여 "'제주 해적기지' 망언에 대해 전 해군 장병과 예비역은 명예심이 사라지고 참담한 모욕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정치집단으로서 통합진보당의 지위를 박탈하고 이들의 정당 행위 일체를 거부하는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통합진보당의 정책연대세력 역시 같은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씨를 비난하는 '고대남'도 등장했다. 해병대 예비역인 김이환(고려대 북한학과2) 대학생미래정책연구회 명예회장은 "국군을 해적으로 표현한 김씨의 발언은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해서는 안 될 말"이라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반면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해적 발언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돼야 한다면 떡검, 짭새, 딴나라당, 환경파괴부, 문화파괴청, 통일반대부, 노동탄압부, 인권침해위… 이런 발언도 다 처벌되는 게 맞겠죠?"라며 김씨를 고소한 해군을 비판했다. 한 웅 촛불인권연대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이 살인하면 살인범이고 검사가 도둑질하면 도둑놈인 것처럼 해군이 공동체의 행복을 짓밟고 평화를 깨뜨리면 해적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지윤씨는 이날 제주 해군기지사업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와 해군 당국은 내가 해군 사병들을 해적으로 지칭한 것처럼 왜곡하며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다수 주민의 반대에도 공사를 강행하고 활동가들을 폭력 탄압하는 해군과 경찰의 행동이 해적질이나 다름없다 생각해 '해적'에 빗대어 풍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4ㆍ11총선 청년비례대표 예비후보였던 김씨는 이날 후보에서 탈락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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