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8시5분쯤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지하철 기관사 이모(43)씨가 직원용 스크린도어 출입문을 열고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씨는 수 년 전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는 공황장애를 앓아와 한달 전 내근직을 신청했던 것으로 확인돼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기관사 건강 및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당시 이씨는 근무복 차림으로 승강장 끝 직원용 스크린도어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입력해 열고 선로 중앙에 서 있다 그대로 지하철에 받혔다. 이씨는 이날 오전 6시48분부터 1시간 가량 지하철을 운행하는 오전 근무조였으며 오전 7시55분쯤 5호선 답십리역에서 교대했다. 이 사고로 지하철 5호선 상일동ㆍ마천방향 열차 운행이 18분 중단되었다가 오전 8시23분 재개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철도노조)에 따르면 이씨는 몇 년 전부터 공황장애를 겪어왔으며 지난 2월 이를 이유로 전직신청을 내기도 했지만 신청자 95명 중 내근직으로 전환된 23명에 포함되지 못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2003년에는 공황장애를 앓던 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며 "2006년에는 기관사 14명이 공황장애로 산재신청을 해 이 중 11명이 요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홀로 장시간 긴 터널을 운행하는 기관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공황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기관사 2인이 운행하는 1~4호선 열차와 달리 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는 5~8호선은 기관사 1인만 탑승해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철도공사가 관할하는 5~8호선 구간에서는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2009년 12월 이후 발생한 열차 투신은 이번 사고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7월 5호선 거여역에서 발생한 사고 1건뿐이다. 경찰은 목격자와 유족을 상대로 정확한 동기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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