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넓어진 차가 승부수입니다."
제82회 제네바 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뱅상 랭보(52) 프랑스 푸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소형 해치백 '208'에 승부를 걸었다. 이 차로 한국을 포함한 유럽 바깥 시장을 공략할 계획임을 밝혔다.
대부분 유럽 자동차 회사처럼 푸조도 위기 상황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푸조는 독일 폴크스바겐에 이어 유럽 2위 자동차 회사인 PSA 푸조-시트로앵 그룹의 주력 회사. 지난해 유럽에서 92만4,905대를 판매했지만 전년 대비 마이너스(-9%) 성장이었다. 특히 유럽 내 비중이 가장 큰 B세그먼트(차체 길이 3,850㎜ 이하)급에서 폴크스바겐 '골프(golf)'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소형 해치백 '207'이 전년 대비 21%나 판매가 줄었다.
랭보 사장은 "최근 부진은 대표차 '207'이 생명력을 다하고, 주요 시장인 유럽의 재정 상황도 나빴던 때문"이라며 "208을 앞세워 전망이 불투명한 유럽 대신 유럽 밖으로 수출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208은 푸조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7에 비해 ▦110㎏ 가벼워 졌고 ▦짐 싣는 공간은 15리터, 뒷자석 공간은 50㎜ 커졌으며 ▦연료 효율은 30% 이상 좋아졌다.
푸조는 이번 모터쇼에서 208의 고급형 버전인 'XY 208'컨셉트 카도 선보였다. 랭보 사장은 "고급차하면 큰 차만 떠올렸지만 앞으론 작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차가 각광 받을 것"이라며 "208 시리즈가 그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도 이르면 올해 말 208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최대 관심은 PSA푸조-시트로앵 그룹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행보. 유럽 시장에서 큰 적자를 본 두 회사는 비용 절감이라는 숙제 해결을 위해 지난달 손 잡았다. 랭보 사장은 "두 회사가 합작 회사를 만들어 부품과 자재를 대량으로 사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플랫폼(차의 기본 틀) 공유를 통해서 개발 비용도 줄일 수 있다"도 말했다. 두 회사는 이번 모터쇼에서 B세그먼트와 중형차에 해당하는 D세그먼트(차 길이 4,700㎜이하)의 플랫폼을 함께 활용해 2016년까지 신차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또 푸조의 디젤하이브리드와 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서로 강점을 가진 기술을 주고 받기로 했다. 랭보 사장은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도 혼자 하기에 위험 부담이 크다"며 "여러 자동차 회사가 손을 잡는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1년에 400명만 들어가는 프랑스 최고의 이공계 그랑제콜 에콜 폴리테크닉을 나온 그는 푸조 창업자 가문과 혈연 관계가 없는 전문 경영인으로 2010년 사장에 올랐다.
제네바(스위스)=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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