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가 자신을 수사지휘한 현직 검사를 직권남용과 협박 등 혐의로 고소(9일자 10면 보도)한 것과 관련, '기획고소설'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다시 불거진 사례 아니냐는 지적이다.
11일 대구지검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남 밀양경찰서 정모(30) 경위가 자신을 모욕하고 수사 축소 지시를 했다며 지난 8일 고소한 대구지검 서부지청 박모(38) 검사는 지난달 말 이인기 새누리당 의원(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소환 통보한 수사팀에 속해 있다. 정 경위의 박 검사 고소가 '기획'된 것이라는 설이 나오는 이유는, 이인기 의원이 경찰 출신으로 검경 수사권 논란이 일었을 당시 경찰 입장을 지지해 검찰의 불만을 샀던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직 경찰 간부가 현직 검사를 고소한 전례 없는 일이 생긴 건 경찰이 검찰의 이 의원 수사에 대한 불만 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 경위는 지난 9일 조사에서 '이미 1월에 박 검사를 고소하겠다고 마음을 정리했지만 사건이 진행 중이라 늦춰오다 최근에야 고소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박 검사가 이인기 의원 수사팀에 속해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들은 "할 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경위는 지난해 9월 폐기물 5만여톤을 농지에 불법 매립한 밀양의 폐기물업체 대표를 구속하고 수사를 확대했지만 당시 창원지검 밀양지청 소속이던 박 검사가 '수사를 확대하지 말라'는 뜻을 전하고 모욕적인 말까지 했다며 경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박 검사는 지난달 말 인사에서 대구지검 서부지청으로 이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경위가 박 검사를 고소한 이유가 이인기 의원과 관련이 있다는 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면서 "이번 주 중 박 검사에게 소환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건 당시 구속된 폐기물업체 대표는 밀양지청에 영향력이 있는 검찰 범죄예방위원이고 변호사도 밀양지청 검사 출신을 선임했는데, 이것이 수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박 검사에게 영향이 있었는지 하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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