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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 가족 찾은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생들/ "해고 노동자 아이들에게 짧은 만남이지만 힘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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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 가족 찾은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생들/ "해고 노동자 아이들에게 짧은 만남이지만 힘 되길"

입력
2012.03.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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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2시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 심리치유센터인 '와락'이 있는 경기 평택시 통북동 172-15번지. 이날 와락에 특별한 손님 30여명이 찾아왔다. 바로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생들이다. 공공정책학 석사과정 학생인 이들은 미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12개 국가 출신으로, 각 국에서 3~15년 동안 정부, 비정부기구(NGO), 언론 분야 활동을 해온 준 전문가 집단이다. 한국 방문 프로그램(Korea Trek) 일환으로 10일부터 한국에 온 이들은 평택 쌍용차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며 와락을 찾은 터였다.

권지영 와락 대표가 "정리해고에 반발한 쌍용차 노동자들이 77일간 공장을 점거하고 저항하는 과정이 있은 후 노동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11명은 자살했고 또 11명은 스트레스로 인해 돌연사 했다"며 상황설명을 하자 케네디스쿨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심리적으로 약한 해고 노동자 아이들은 방치되는 일이 지속됐어요.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과 자살률이 3.74배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고통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전달돼 가족 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죠. 이들을 돕기 위해 지어진 곳이 와락이죠."

40여분 가까이 이어진 권대표의 설명이 끝난 뒤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미국 출신인 시차란 카릴(30)씨는 "해고자들은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냐"고 물었고 역시 미국 출신인 제임스 솔로몬(28)씨는"분쟁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느냐"고 질문했다. 한국인 재학생 김상범(43)씨는 "다른 자본주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문제는 해고 노동자에 대한 정부 등의 지원이 부실한 반면 다른 일자리를 찾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데 있다"고 한국 상황을 대신 설명하기도 했다.

쌍용차 해직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희망텐트도 방문한 학생들은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최루액을 뿌려대는 경찰헬기의 모습,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화면들이 이어지는 당시 상황을 담은 비디오를 시청하면서 "쇼킹"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미국 출신의 버거 니콜라스(30)씨는 "저항하는 노동자들과 경찰의 진압 장면이 충격적"이라며 "미국에서도 노사 갈등이 있지만 이처럼 무자비한 폭력이 동원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해직 노동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센터로 돌아온 학생들의 표정은 편치 않아 보였다. 이들은 "더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비판적 입장이 많았다. 영국 출신 데자푸엔터 매튜(29)씨는 "비정규직 문제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면서도 "물론 이는 국가나 사회가 생존에 대한 충분한 안전망을 마련해둔다는 전제에서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와락에서 해직노동자 자녀들과 함께 노래와 춤을 곁들여 노는 시간도 가졌다.

1월 말 와락 센터 방문 의사 이메일을 보내는 등 이날 행사를 주도적으로 준비한 박소령(31)씨는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과정, 그리고 남북관계와 동북아 국제질서의 미래, 한국 고유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을 넓고 깊게 소개하고 상호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게 이번 행사의 목적"이라며 "빠르게 발전한 한국의 긍정적인 모습은 물론, 그 이면에 나타난 부정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택=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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