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전쟁이 변호사 확보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갈수록 늘어나는 각종 법적 분쟁에 대비, 그룹 법무실과 삼성전자 법무팀에 변호사 확대채용 지침을 내렸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및 삼성전자 등 계열사 소속 변호사를 합치면 300명이 넘는다"며 "애플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점차 특허를 무기화하는 추세여서 경력이 많은 변호사를 우선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해외법무팀과 지적재산권(IP) 센터를 중심으로 변호사 및 변리사를 확충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IP센터는 특허전문 변호사인 안승호 부사장이 수장을 맡고 있으며, 해외법무팀은 지난해 말 그만둔 김현종 사장(전 통상교섭본부장) 대신 미국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부산지검 검사 출신의 김상우 부사장이 맡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 소송은 변호사와 변리사가 팀을 이뤄서 특허 기술 자문은 변리사가 맡고 법적 절차는 변호사가 담당하는 식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최근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에서 변호사 영입 제의가 늘었다"며 "연봉은 4억원대로 비슷하지만 승소하면 수십억원 이상의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다며 지난 달 한 검사출신 변호사가 삼성으로 이직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엔 주미 한국대사관의 김원경 경제참사관이 삼성전자 상무로 옮겼다. 한미FTA 협상 당시 기획단 총괄팀장으로 김현종 전 사장과 함께 일했던 그는 특허마찰 등 해외 통상문제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애플도 최근 삼성전자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모리슨앤포어스터와 윌머헤일을 통해 한국계 변호사 73명과 보조인력 20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애플이 삼성에서 제출한 방대한 한글 서류를 검토하기 위해 이들을 고용했다"며 이들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한 비밀보호 서약서를 근거로 들었다. 소송과정에서 얻은 영업비밀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는 한국 이름이나 자필 한글 서명이 적혀 있다. 뮐러는 "애플이 언어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삼성전자에 전달하기 위해 한글을 아는 전문가들을 임시로 대거 늘린 것"으로 추정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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