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와 무리한 대출 경쟁을 벌이던 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뇌병변 등 장애를 입은 40대 은행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최호식 판사는 11일 은행원 김모(49)씨가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얻게 된 장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부당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의식을 잃은 당일에도 길거리에서 고객을 유치하다 경쟁 은행 직원과 말다툼을 벌이는 등 대출 실적과 관련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이 인정된다"며 "업무상 스트레스가 김씨의 발병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발병 한 달 전부터 김씨가 주택자금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업무량이 급증했고, 경기 군포시 지점 발령 뒤 2년 동안 매일 오전 7, 8시부터 12시간 넘게 일하는 등 초과근무가 잦았던 정황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점 인근에 산본신도시가 들어서자 주택자금 대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가 입주민들을 상대로 영업하다 2010년 8월 경쟁업체 직원과 말다툼을 벌인 뒤 그날 저녁 회식자리에서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었다. 김씨는 저산소증에 의한 뇌병변, 급성신부전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신청을 냈으나 공단 측이 "평소 앓던 고혈압이 주요 발병 원인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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