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고생하는 걸 알아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프린터와 복사기의 필수품 토너(인쇄용 탄소가루) 카트리지를 직접 재생해 연 7,000만원의 예산을 절감한 경찰관이 있다. 그 주인공은 경기 고양경찰서의 김경운(40ㆍ사진) 경장.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김 경장은 업무 외 시간에 카트리지를 분해하고, 세척하며, 보정하는 작업에 묵묵히 매달려왔다. 고양경찰서 2층 경리계사무실 옆 비품 창고는 그의 작은 작업실. 작업실 선반에는 재생해야 할 토너 카트리지들과 토너 파우더, 각종 공구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작업대 옆에는 자신이 직접 설계한 가정용 진공청소기에 호스를 여러 개 연결해 만든 집진장치가 눈길을 끈다. 김 경장은 "소형 프린터 토너는 재생하는 데 개당 10분, 복사기 같은 경우 30분 정도 걸린다"며 "서내에 토너를 쓰는 기기가 200대가 넘어 작업은 끝이 없다"고 말했다.
2010년 2월 고양서 일반장비담당으로 발령 받은 김 경장이 토너 재생에 나선 것은 빠듯한 예산 때문이다. 토너 업체에 외상이 쌓여가며 "빨리 대금을 달라"는 독촉에 시달리다 못한 그는 직접 토너 재생작업을 시작했다. 공대 출신인 그는 토너재생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업체들에 수소문을 했다. 그러나 업체들 마다 영업비밀이라며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직접 토너를 하나씩 분해해 가며 카트리지 부품 연구에 몰입했다.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후 그는 결국 토너 재생방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었다.
소형 프린터 토너 가격은 10만원, 재생품은 5만원 수준이다. 김 경장은 2ℓ에 1만5,000원 정도인 토너파우더로 소형 프린터용 토너 카트리지 10개를 재생한다. 그는 드럼이 망가진 카트리지의 경우 개당 2,000~3,000원인 드럼만 사다 교환하고 있다. 이렇게 예산을 절감한 공로로 그는 경찰 중 유일하게 지난달 감사원이 뽑은 모범공직자로 선정됐다. 김 경장은 "동료들은 내 후임자 걱정을 하지만 지금은 경찰 예산이 많이 현실화됐다"며 "토너 재생하는 경찰은 나 하나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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