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잠비아 출신 쿤즈 데사이(35)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대학병원 외과의사다. 2004년 미국으로 건너와 부인,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한 해 약 21만6,000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이 연봉은 그가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까지 잠비아 루사카의과전문대학에서 받은 2만4,000달러보다 약 9배나 많다. 데사이는 "언젠가 고향(잠비아)으로 돌아가 후배를 가르치고 싶다"면서도 "일부 동료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눈초리까지 받으며 미국에 온 이상 당장은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의료분야 두뇌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임금과 더 나은 진료 환경을 찾아 미국 등 선진국으로 떠나는 의료 인력이 늘면서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즈 등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는 타격이 특히 크다.
IHT에 따르면 일부 부유층이 이용하는 사설 의료 분야를 제외하면 1,400만명 가량의 잠비아 인구 대부분이 이용하는 공공의료분야 의료 인력은 600명 남짓이다. 의사 한 명당 2만3,000명을 돌보는 셈이다. 공공의료분야 의사 한 명당 416명을 돌보는 미국과 큰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잠비아 인구 100만명 이상의 기대수명은 46세에 불과하다. 어린이 열 명 중 한 명 이상은 5세 이전에 사망한다.
IHT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기본적인 경제원리에서 찾았다. 뛰어난 기량의 남미 출신 축구선수가 자국 리그보다 높은 몸값을 받으며 유럽지역 팀에 둥지를 트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필요한 의료 인력을 자국뿐 아니라 제3세계에서 공급받으려는 것도 다른 원인이다. 미국은 수년 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하고 정부 주도의 건강보험 개혁으로 보험환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의료인 등 전문직 이민을 장려하는 '블루카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데사이가 고국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 채 개인의 안녕만 추구한다는 동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미국 행을 택했던 것도 과거와 다른 서방 국가들의 전폭적 지원 때문이었다.
IHT는 제3세계 의료 인력 유출을 막을 강제조치는 현실적으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의 공공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낙후지역에 기초적인 의약품과 의료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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