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더라.'
이 아름다운 시조를 남긴 기생 이매창(1573~1610)은 전북 부안 사람이다. 황진이와 더불어 조선의 기방문학을 대표하는 매창 말고도 설씨부인(1429~1509), 김삼의당(1769~1823) 등 조선시대 이름난 여성 문인들이 전북 지역 출신이다.
이들을 포함해 조선시대 여성 문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전 '조선의 여성 문학, 천리에 외로운 꿈'이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천리에 외로운 꿈'이라는 전시 제목은 재주가 있어도 펴지 못하고 뜻을 눌러야 했던 조선 여인들의 마음을 보듬은 것이다.
가부장적 질서가 엄격했던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여성의 문학 활동은 주제 넘은 짓으로 여겨졌지만, 많은 여성 문인들이 빼어난 작품을 남겼다. 허난설헌은 시인으로 중국에 이름을 떨쳤고, 설씨부인은 여성이 나서는 것을 막던 그 시절 사찰의 중창 불사를 위해 당당하게 보시를 권하는 글을 지었다. 글로써 남편을 꾸짖은 송덕봉, 율곡의 어머니로 그림도 잘 그렸던 신사임당, 17세기 음식조리법을 담은 <음식디미방> 의 저자이면서 시를 써서 자식을 훈계한 안동장씨 등 기억할 이름이 많다. 음식디미방>
전시는 조선시대 여성 문인의 필적으로는 가장 오래된 설씨부인의 '권선문'(보물 제728호)을 비롯해 허난설헌의 문집인 <난설헌집> , 이매창의 시조가 실려 있는 <가곡원류> 등 문학작품과, 선조의 계비 인목왕후와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의 글씨, 사임당의 '초충도'와 평양 기생 죽향의 '화조도' 등 서화를 함께 내보이고 있다. 4월 15일까지. 가곡원류> 난설헌집>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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