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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3> 유건호 경희대 교수-장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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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3> 유건호 경희대 교수-장진 경희대 교수

입력
2012.03.1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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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영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동료애를 실천하는 과학자로 꼽은 유건호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참교육자라며 장진 경희대 석학교수를 소개한다.

연구도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재미를 느껴야 할 맛이 난다. 신명나는 연구실을 만들자는 생각은 만날 머릿속을 맴도는데 좀처럼 쉽지 않다. 장진(58)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석학교수는 그런 내게 교육자로서의 면모를 다시 생각하게 한 사람이다.

2004년 정보디스플레이학과가 생기기 전까지 장 교수는 나와 같이 물리학과에 있었다. 처음엔 장 교수를 단순히 능력 좋고 욕심 많은 연구자라고만 여겼다. 굵직한 대형 연구를 쉬지 않고 이어갔으니 말이다. 1982년 경희대에 임용된 후 그가 외부에서 받은 연구비만 200억원이 넘는다. 정부가 매년 10억원씩 6년간 지원한 LCD 연구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알고 보니 학생들 때문이었단다. 자신을 믿고 디스플레이 연구에 미래를 걸고 있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연구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여느 과학자와 다른 독특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훈련시키기도 한다. 바로 6개월짜리 훈련코스. 장 교수 연구실의 트레이드마크다.

대부분의 대학원 학생은 연구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학부에서 배운 실험기법이나 이론지식만으로 논문이나 보고서를 쓸 수 있는 연구과제를 수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데도 말이다. 하지만 장 교수의 학생은 훈련코스에서 우선 기본적인 실험방법부터 집중적으로 배운다. 가령 반도체 관련 신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먼저 전자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얼마만큼 이동하는지 측정하는 기술부터 숙달한다는 얘기다.

연구실에 막 들어온 '실험 초보'가 연구는 해야겠는데 뭘 어떻게 할지 몰라 헤매느라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장 교수의 아이디어다. 훈련코스를 거치면서 학생들은 실험에 대한 부담을 차츰 털어내고 대신 재미와 자신감을 얻으며 하고 싶은 연구를 구체화하는 등 초보 티를 벗게 된다.

장 교수는 2007년 경희대 첫 석학교수가 됐다. 국제학계가 인정하는 상을 탔거나 연구 실적이 뛰어난 재직교수만이 석학교수로 뽑힌다. 최근 '아몰레드(AMOLED)'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 같은 성과를 장 교수는 학생과 연구원들의 공으로 돌린다. 그리고 학생 시절부터 그들을 어엿한 한 사람의 연구자로 키우려 애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불행히도 국내 교육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학생들을 자기 수족 부리듯 대하는 교수도 적지 않다. 같은 교육자로서 장 교수는 내게 귀감이 된다.

정리=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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