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취미는 종종 작품 소재가 되곤 한다. 수집한 고서와 여행가방, 타자기, 세계 최초의 카메라 등을 극사실 기법으로 그려온 이진용(51)씨 역시 그런 경우다. 서울 청담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는 '수집된 시간' 전에는 이씨가 그동안 수집한 한국의 도자기를 소재로 한 회화 50여점을 선보인다. 그림 속 실제 모델이 된 도자기를 비롯해 작가의 오래된 소장품도 함께 설치돼 전시장은 작은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어릴 적부터 세월이 켜켜이 쌓인 물건에 흥미를 느꼈다는 이씨의 작업실은 축음기, 고서, 도자기 등 오래된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고 세월과 함께 변해온 모습만큼이나 사연도 가지각색인 골동품들. 그 때문인지 최근 4년간 집중적으로 그려온 도자기 역시 똑같은 작품이 한 점도 없다.
청자부터 백자, 생활 자기에서 국보급 도자기까지 작가의 소장품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지인들에게 빌려 현존하는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옮겼다. 유화물감을 얇게 덧발라 유화그림 같지 않게 투명하다. 구멍이 숭숭 뚫린 도자기의 질감과 오리지널 도자기의 은은한 색채까지도 섬세하게 표현돼 발길을 오래 붙든다. 전시는 4월 22일까지. (02)541-5701.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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