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경찰서는 백화점 매장에서 물건에 하자가 있어 큰 고통을 받았다며 환불과 피해 보상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손모(32ㆍ여)씨를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6일 서울 목동 H백화점의 한 의류매장에서 "새로 구매한 티셔츠가 이염(물 빠짐) 현상으로 속옷에도 물이 들고, 손과 몸에 땀이 나며 뱃속 태아에까지 영향을 줬다"며 환불(45만원)과 차비(20만원) 등을 요구했다. 매장 직원이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손씨는 막무가내 소리지르며 버텼고, 참다 못한 직원이 인근 지구대에 신고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손씨는 문제 삼은 옷을 이 매장에서 구입하지 않았으며 임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해 6월부터 서울 대구 대전 부산 창원 등 전국 25개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거짓 불만제기로 건당 30만~100만원씩, 모두 1,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무직인 손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백화점과 의류매장은 손씨가 워낙 거세게 항의하는데다 일이 커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 추락 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경찰관계자는 "손씨는 지방에서 비슷한 수법을 사용하다 노출돼 업계에선 이미 악명이 높은 블랙 컨슈머(보상금을 목적으로 기업에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라며 "최근 수도권에서 가명을 사용하거나 임산부 행세를 하며 범행을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손씨는 2005년 경남 창원에서 다른 사기혐의로 수배중인 상태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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