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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영의 덧차원 일기장] 선거 때 거짓말은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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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영의 덧차원 일기장] 선거 때 거짓말은 범죄다

입력
2012.03.1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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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근처의 지하에 위치한 거대한 하드론 충돌장치(LHC)는 무려 27km에 이르는 역사상 최대의 실험 장치다. 기존의 지하 터널에 가속기를 설치하는 데만도 10조 원에 가까운 돈과 7년이라는 시간이 들어간 LHC는 예상보다 훨씬 훌륭한 성능을 보이면서 엄청난 양의 새로운 데이터를 쏟아내어 1년에 100편이 넘는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과학 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거대한 실험을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다. 이런 엄청난 실험의 결과를 담은 논문은 학술지에 실리기 위해서 심사할 때 옳고 그름을 어떻게 확인할까? 심사를 하는 사람이 매번 이런 엄청난 장치를 가지고 실험 결과를 검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심사 과정을 거쳐서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게 되는 걸까?

정답은 검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 논문이나 학술지에 싣는다는 말은 아니다. 비단 LHC와 같은 엄청난 실험이 아니더라도, 논문으로 발표되는 과학 연구의 결과는 매우 전문적인 내용이며, 크건 작건 간에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모범 답안이 있어서 맞다 틀리다를 이야기할 수 없고, 일반적인 검증 방법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과학 논문의 심사는 특정한 사람이나 단체가 아니라, 연구자와 같은 과학자 집단 안에서 임의의 사람이 심사를 맡는 '피어리뷰'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을 심사할 때, 심사자는 우선 논문의 논리적인 면, 즉 말이 되는지를 본다. 그리고는 연구의 결과가 학술지에 실릴 만큼 중요한가를 본다. 대체로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면 논문은 학술지에 실리게 된다. 논문이 논리적으로 옳다는 것과, 연구 결과가 옳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사실 과학 논문의 진정한 검증은 논문이 학술지에 실린 뒤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연구자들이 같은 결과를 재현하거나 더 깊이 연구하는 과정에서 논문의 결과는 자연히 검증된다. 개중에는 간혹 논문이 틀렸다고 밝혀지는 경우도 물론 있다. 흔히 과학 지식을 절대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전혀 옳지 않다. 과학 지식은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과학 지식이 옳다고 우리가 믿는 것은 과학 활동이 열린 과정이고, 아직까지 틀린 점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까지 인간이 아는 바로는 가장 확실한 지식을 얻는 방법이다.

LHC의 경우 충돌 결과를 검출하기 위해 2개의 다목적 검출기와 2개의 특수 용도 검출기 등 4개의 검출기가 독립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LHC 실험의 논문은 논문으로 공개되기 전에 우선 내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검증을 거치고, 다시 다른 검출기의 결과에 의해 교차 검증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 결과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과학 논문 학술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다. 그래서 논문에 거짓 결과를 썼을 경우의 대가는 가혹할 수밖에 없다. 물론 거짓말로 학술 논문을 썼다고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약 고의로 없는 사실을 만들어 발표했다면, 이는 적어도 과학자로서는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람의 연구 결과는 아무도 믿을 수 없으며, 어느 학술지도 게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과학자로 활동할 수 없다.

그런데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당연한 전제가 아닌가. 특히 정치인처럼 공적인 일을 다루는 사람에게는 거짓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은 직업의 성격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작은 일을 크게 말한다든가, 불확실한 일을 확실한 것처럼 말한다든가 해서 결과적으로 틀린 말을 하는 일이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아예 작정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선거 때 무슨 말을 못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공적인 일을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은 투표를 통해서다. 그러고 보니 총선이 한 달 남았다.

이강영 건국대 물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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