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식품 교역 때 상대국의 유기농 인증제를 인정해주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관련 법제 정비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달 15일 상대국의 유기농 인증제를 동등하게 인정하는 ‘유기농 동등성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양측은 올해 6월부터 역내에서 생산ㆍ가공ㆍ포장되고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식품을 상대국에 수출할 때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유기농(organic)’ 표시를 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양측은 유기농 동등성 협약 체결로 역내 유기농식품 생산자의 판로가 확대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기농식품 수출업체들의 인증절차 비용이 줄게 돼 유기농식품을 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미국과 EU에 앞서 미국과 캐나다, 캐나다와 EU도 2009년 유기농 동등성 인증 협약을 체결하는 등 유기농식품 수출국 위주로 유기농 동등성 협약이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기농 동등성 인증제 도입 논의가 일고 있지만 반론도 만만찮아 법제화가 미뤄지지 있다. 국내 유기농산물 인증 생산량은 2000년 6,538톤에서 2010년 12만2,243톤으로, 유기농산물 수입액은 2006년 6,800톤에서 2010년 13만8,000톤으로 급증해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유기농식품 시장은 2008년 기준 유기농산물 1,885억원, 유기식품 2,158억원으로 총 4,043억원이었고 현재는 6,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 생산자 단체들은 “친환경농업이 아직 기반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유기농 동등성 협약을 체결하면 국내 농가의 피해가 크다”고 주장한다. 안전성 문제도 거론된다.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작물(GMO)이 농식품 중량의 3% 이내여야 유기농 마크를 부착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GMO가 5% 이하만 되면 유기농 마크 부착이 가능해 국민건강권 침해 논란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등 유기농식품 수출국의 관심을 끌 만큼 국내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분쟁 소지가 있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농협경제연구소 김윤성 책임연구원은 “유기농식품의 안전성과 유기농식품의 생태계 보호 기능, 국내 친환경농업 생산자 우려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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