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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하늘 찌를듯 인기 높던 주상복합, 땅 꺼질듯 한숨 왜?

입력
2012.03.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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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 신천동 롯데캐슬골드….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대표 주상복합아파트들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초고층 웅장한 외형과 부의 상징인 대형평형 위주의 설계는 상업시설과 함께 있어 생활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과 맞물려 신흥 부유층이 선호하는 주거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뜨거웠던 주상복합 열기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어느새 내로라했던 강남 랜드마크 주상복합이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반값 낙찰'이 잇따르고 있고, 타워팰리스 175㎡는 작년 1년간 실거래가(국토해양부 자료)가 33억원에서 9억원이나 빠진 24억원까지 추락했다. 주상복합은 1970년대부터 30년간 지속되던 아파트의 인기를 꺾고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 기대를 모았으나, 10년도 못 가 그 존재감이 미미해지고 있다. 팔래야 잘 팔리지도 않고, 그래서 그냥 살려고 해도 부담이 큰 주상복합의 어제와 오늘을 뒤돌아봤다.

착하지 않은 설계

대부분 주상복합의 설계는 주택의 기본 기능인 안락한 거주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연환기와 냉난방 문제. 초고층 건물의 외관이 대부분 커튼월(유리로 마감한 외벽)로 지어지다 보니 자연환기가 원활치 못하다. 위치도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 들어서다 보니 조경이나 녹지가 부족해 주거 쾌적성 면에서 부족함이 많다.

같은 분양면적이라도 아파트에 비해 좁다는 것도 한계다. 전용률(분양면적 대비 전용 면적 비율)이 일반 아파트가 80%가 넘는데 비해 주상복합은 70% 안팎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대를 잘못 만나다

최근 주택 시장은 소형이 주도하고 있다. 대부분 중대형은 미분양과 가격 하락의 고통을 겪고 있다. 중대형 위주로 설계된 주상복합들도 이 같은 시장의 대세에서 예외일 수 없다. 또 면적이 크다는 이야기는 곧 집값이 비싸다는 얘기인데, 요즘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엔 일반 아파트에 비해 가격하락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찾는 사람이 적어지는 만큼 환금성이 떨어지면서 가격 하락도 가파를 수 밖에 없다.

도곡동 A주상복합에 살던 정영애(58)씨는 "자녀가 출가하면서 작은 집으로 이사하려고 집을 급매물로 내놨지만 2년이 되도록 거래가 안돼 결국 전세를 주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며 "주변 주상복합에 사는 지인들도 집을 처분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에 약한 구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부유층도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반 아파트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싼 관리비는 더욱 부담일 수밖에 없다. 고층주상복합의 경우 커튼월 외벽이 대부분이다 보니 여름철엔 아무리 더워도 창을 활짝 열 수가 없어 에어컨 사용료가 크게 늘어난다. 또 겨울은 열손실이 많아 난방비가 더 많이 든다. 국가적으로도 전력난 해결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달 기준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평균 공용관리비는 1㎡ 당 1,149원으로 인근 일반 아파트인 도곡렉슬이 1㎡ 당 593원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비쌌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택하다

그렇다고 주상복합이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주상복합 스스로 변화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아파트를 닮아가는 것이다. 우선 겉모습만 화려하지 내부 공간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던 탑상형 외관을 버리고, 다소 밋밋할지 모르나 실내를 넓게 쓸 수 있는 일반 아파트 외관인 판상형으로 바뀌고 있다. 주상복합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통풍과 환기 부분도 기존 밀폐형 유리 외벽 대신 일반 아파트처럼 완전 개폐를 할 수 있는 창호를 달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달부터 분양에 들어간 인천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 주상복합의 경우 외벽을 유리로 마감해 화려함을 극대화하는 주상복합과 달리, 콘크리트 외벽에 창호가 조합된 방식을 채택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일반 아파트처럼 전용률을 높인 단지도 있다. 동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짓는 주상복합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은 전용률을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인 78~79%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고층 주상복합은 대형평형이라는 등식도 깨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주상복합은 전용 62~84㎡에 가구수도 60가구뿐이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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