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빈민들의 생존권 투쟁사
가난의 시대 / 최인기 지음
보릿고개는 사라졌다지만 가난마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시멘트 바닥에서 밤을 보내고, 누군가는 철거에 맞서 싸운다. 경제 성장으로 먹거리가 많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말들 하지만 빈곤이 드리우고 있는 그림자는 여전히 넓고 짙다.
'가난의 시대'는 여전히 걷히지 않는 빈곤의 그림자를 세묘한다. 일제강점기로부터 현재까지 도시 빈민의 역사를 서술하고 그들이 투쟁했던 현장을 되돌아본다. 철거민과 노점상들의 고단한 삶과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모습들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1960년대 서울에 판자촌이 형성된 과정, 철거민들의 불만이 소요로 표출됐던 광주대단지사건, 용산 철거민 참사 등이 담겨있다. 돈과 권력에 대한 한국 빈민들의 생존권 투쟁사라 할 수 있는 책이다. 1995년 전국노점상연합을 시작으로 빈민운동을 해온 최인기 빈민해방실천연대 집행위원장 겸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사무처장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공부한 내용들을 서술했다. 동녘ㆍ400쪽ㆍ1만6,000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정치가 싫다고 멀리하면 세상은?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 / 장 폴 주아리 지음
"정치인들이 다 그렇지 뭐…." 정치에 대한 냉소는 혐오 수준에 이르렀다. 정치냉소주의는 투표에 대한 기권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과연 우리가 유해물질처럼 정치를 멀리하면 세상은 좋아지는 것일까.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필가가 쓴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투표를 하는 나라에서 시민 개인은 사유하고, 토론하고, 읽고, 분석할 의무가 있다"고 단언한다. "만약 국민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실망해 그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이는 정치에 대한 이념 자체가 위협당하는 것과 같다"고도 말한다. 심드렁한 불만만 표출하고 투표를 하지 않으면 "제도들은 독단적인 것이 되고, 모든 권력 및 정부 형태는 가치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선거의 해, 현실에 불만이 있다면 정치가 그토록 마음에 안 든다면 투표를 하라고 이 책은 독려한다. "민주주의는 어쩔 수 없이 약하고 불안정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 때문에 민주주의는 힘을 갖는다"라며. 이보경 옮김. 함께읽는책ㆍ200쪽ㆍ1만5,000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30개국 가족의 소유물 카메라로 담아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 / 피터 멘젤 지음
먹을거리, 여성 등 특정 주제로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담은 사진집 <헝그리 플래닛> <칼로리 플래닛> 으로 명성을 얻은 사진기자 피터 멘젤의 신작이다. 멘젤은 유엔과 공동프로젝트로 이 책을 기획해 15명의 사진기자들과 함께 전 세계 30개국 평균 가족을 찾아가 일주일간 생활하며 가족의 소유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칼로리> 헝그리>
11명 대가족이면서 살림이라고는 항아리 몇 개와 농사 도구가 전부인 말리 가족부터 식구는 5명이지만 수많은 물건들로 집 앞 광장을 꽉 채운 쿠웨이트 가족까지 책은 한 가족의 소유물을 통해 동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와 일상 생활을 다큐멘터리처럼 실감나게 엮어낸다. 일본의 한 가장은 펩시콜라와 커피, 비타민 알약으로 아침을 때우고 집을 나선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장은 폭력배를 만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출근 기차에 몸을 싣는다. 알마니아의 한 소년은 당나귀를 타고 몇 시간을 가서 물을 길어온다. 350여 장의 사진은 우리가 편중된 소비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승진 옮김. 윌북ㆍ272쪽ㆍ1만9,800원.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