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조지프 핼리넌 지음ㆍ김광수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355쪽ㆍ1만3800원
'포르노 DVD에서 나는 소리를 여자가 살려달라는 비명으로 착각한 남자, 검(劍)을 들고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결국 기소되다.'
2007년 2월 미국의 한 신문에 실린 기사다. 당시 39세였던 이 남자는 여자의 비명소리를 수 차례 들었다. 위급한 상황이라 여긴 그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검을 집어 들고 나섰다. 소리가 나는 집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지만 어디에도 비명을 지른 여자는 없었다. 포르노를 보던 30대 남자가 있었을 뿐. 결국 그는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됐다.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의 저자 조지프 핼리넌은 이 황당한 사건을 예로 들며 실수는 사건을 엉뚱하게 인식하거나 잘못 구성하는 데서 온다고 설명한다. 그는 1991년 미국 인디애나주 의료과실을 추적 보도해 퓰리처 상을 받았다. 현재는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저자에 따르면 '선택' '심판'이란 이성적 용어가 단기간 가장 많이 쓰이는 선거 때도 실수는 계속된다. 그는 유권자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자에 관한 여러 정보를 얻는다 해도 그것이 첫인상의 효과를 없앨 수준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정책 선거를 하자는 매니페스토 운동도 소용없다는 얘기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에 따르면 선거에 나온 후보자 사진을 보여주고 누가 당선될지 고르라고 한 설문과 실제 상원의원 선거 결과를 비교했더니 72%가 일치했다. 이때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후보자의 능력을 가늠하기까진 1초도 안 걸렸다. 첫인상의 효과가 그만큼 강렬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선택은 종종 비합리적이다. 그리고 기업은 이를 이용해 장사를 한다. 대표적인 게 대형 마트의 묶음 가격에 쓰인 앵커링 효과. 이는 먼저 본 숫자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현상이다. 가령 복숭아 통조림 가격표를 1개에 25센트 대신 4개에 1달러라고 붙여 놓으면 소비자는 숫자 4를 보고 싸다고 여겨 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바라보는 것만 보는 편향성, 자기과신, 간과하는 습관 등이 실수를 부르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작은 변화라도 행동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작게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책은 수많은 사례와 연구 결과가 잘 버무려져 맛깔스럽게 읽힌다. 다가오는 선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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