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0의 대지진 이후 발생한 해일의 엄청난 충격에서 일본은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진 피해 자체보다 훨씬 더 일본을, 전세계를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명백한 '인재'인 원전 문제다. 일본 지진 1년에 맞춰 잇따라 출간된 책들도 대부분 원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상으로서의 3ㆍ11> (그린비 발행)은 쓰루미 ??스케, 요시모토 다카아키 같은 원로부터 고소 이와사부로, 사사키 아타루 같은 신진 학자들까지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의 글 18편을 모은 책이다. 재난을 간접적으로 낳고 그것에 의해 강화될 내셔널리즘이나 근대의 문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웅변하듯 보여준 기술과 과학의 문제, 세계와 자연에 대한 사색이 담겨 있다. 사상으로서의>
글을 관통하는 주제는 '탈(반)원전'이다. 평론가 가토 노리히로는 원전 지역을 방문한 뒤 고립을 지향하는 일본 내셔널리즘의 성격을 이야기한다. 근대화 이후 일본은 특유의 '전학생 의식'으로 고립된 채로 세계를 따라 잡으려고 했고 그것은 지금 '일어나라 일본'이라는 구호에도 묻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인 쓰루미는 '일본인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짧은 글에서 '문명의 난민으로서 일본인이 여기에 있음을 자각하고 문명 자체를 되묻는 방향으로 옮겨 가고 싶다'고 토로하고 있다.
강은주 통합진보당 산하 연구소 연구위원이 쓴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 (아카이브)은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 및 이후 상황, 한국에서 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을 정리해 소개하며 반원전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체르노빌, 후쿠시마를 다녀온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와 인터뷰도 함께 실렸다. 체르노빌>
<안젠데스까> (서해문집)는 이이다 데쓰나리 일본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장, 영화로 반핵운동을 벌여온 영화감독 가마나카 히토미의 대담과 '녹색평론' 발행ㆍ편집인인 김종철 전 영남대 교수의 강연 내용을 묶은 책이다. 이이다 소장과 가마나카 감독은 일본의 원자력ㆍ전력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짚어가며 메이지 유신과 태평양전쟁 패전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본을 세 번째로 리셋(reset)할 기회라는 데 동의한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김 전 교수는 원자력을 에너지의 문제로만이 아니라 교육, 육아, 복지, 공동체 등 우리 삶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담아 역시 김 전 교수 등이 필진으로 참여한 <녹색당 선언> (이매진)도 같이 출간됐다. 녹색당> 안젠데스까>
스페인 작가들이 그리고 쓴 <체르노빌:금지구역> (현암사)은 체르노빌 인근 프리피야트 마을을 무대로 한 만화소설이다. 원전 사고 이전부터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온 레오니드와 갈리아, 블라디미르와 안나 등 가족 이야기를 통해 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정부와 여론의 거짓말을 폭로한다. <일본의 눈물> (김대홍 지음ㆍ올림)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 (정남구 지음ㆍ시대의창)은 국내 언론의 전ㆍ현직 일본 특파원의 취재기이자 일본 정부의 원전사고 대응 미숙과 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은 책이다. 잃어버린> 일본의> 체르노빌:금지구역>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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