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만으로 살아보기/데이브 브루노 지음·이수정 옮김
/청림출판 발행·304쪽·1만3,000원
돈, 섹스, 전쟁 그리고 카르마/데이비드 로이 지음·허우성 옮김
/불광출판사 발행·240쪽·1만5,000원
자녀의 학예회 공연이나 졸업식 녹화에 온 정신이 팔려 그날 정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던 경험이 있는가. 비디오카메라에 담긴 아이 모습은 물론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지만, 비디오 녹화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밀고 당기며 놓치는 '현실'이 많다면 '물건'은 때로 우리가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게 방해꾼일 수도 있다.
미국 남캘리포니아에 사는 사업가이며 마케팅학 강사인 30대의 데이브 브루노는 어느 날 자신의 삶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을 더 많이 할수록 내 삶에서 잃는 것도 그만큼 많았던 게 아닐까? 나는 왜 이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는가? 이것들은 내 삶에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가?' 특히 자신이 물건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물건을 원하게 되고, 누구나 그렇듯이 가진 물건의 태반이 1년 내내 한 번도 손 대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2007년 미국 언론의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던 '100가지 물건만 가지고 살아보기' 실험을 1년간 진행했다. <100개만으로 살아보기>는 그가 이 실험을 하게 된 동기와 과정, 그리고 수확 등을 정리한 책이다.
종류별로는 옷이 제일 많았고 필기구는 1개, 정말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위한 도구들 약간 등 줄이고 줄인 물건들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석 달 뒤 어떤 물건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확인해본다.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전체의 2%,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14%였다. 매일 사용한 물건에는 속옷 상ㆍ하의, 신발, 양말, 셔츠, 바지, 허리띠, 결혼반지, 시계, 지갑, 일기장, 연필, 선글라스, 휴대전화가 포함됐다. 현대 도시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물건은 14개이며, 자신이 가진 물건의 98%를 석 달 동안 한번 이상 쓴다는 것을 알았다.
가진 물건을 줄였고 대형 마트에는 6개월 만에 처음 갔지만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가계에는 상당한 여유가 생겼고, 상점이 문닫을까 봐 모처럼의 데이트 시간을 단축할 필요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자신의 필요에 의한 선택을 할 자유를 얻었다. 저자가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정말 필요한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계속 물건을 사들이고 그것을 관리하고 그것으로 집안을 치장하는데 과도한 시간을 쏟아 붓는, 이를테면 물건이 물건을 사들이고 그것이 삶을 지배하는 '소비주의'와의 단절이다.
저자가 불교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는 모르지만 앞뒤가 뒤바뀐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이 실험은 불교적인 가르침과 통한다는 것을 다른 신간 <돈, 섹스, 전쟁 그리고 카르마> 가 알려준다. 일본 대학에 오래 재직한 미국의 불교학자 데이비드 로이는 고(苦)와 무아(無我)등 불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으로 현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돈,>
저자는 가장 불교다운 가르침을 무아라고 말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아 감각은 구성된 것 즉 공(空)이라는 말이다. 이 같은 불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현재의 제도들이 가진 문제는 그것들이 새로운 유형의 '집단자아'로서 그 자체의 생명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경제제도는 적어도 두 가지 의미에서 탐욕을 제도화하고 있다. 기업은 아무리 이익이 커도 만족하지 않고 사람들은 아무리 소비를 해도 만족하지 않는다.
돈 역시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며 사회가 합의한 상징에 불과하다. '돈은 사물이 아니라 과정'이며 그것 역시 '공'이다. 물론 돈은 현대사회에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사회적인 상징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로 인해 생겨나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현명하고 자비롭게 돈을 이용할 줄 알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전쟁, 인종주의, 섹스 등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올바르게 바라 보는 불교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저자는 '나는 지옥에 좌선만 하는 사람을 위한 특별 장소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며 오로지 수행만 하는 승려들을 향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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