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설은 플롯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죠. 영화는 플롯을 이미지로, 소설은 문장으로 드러내죠."
평론가 강유정씨는 드물게 영화, 문학 평론을 모두 쓴다. 최근 문학 평론도 시와 소설을 함께 다루는 이가 드물 정도로 분업화된 국내 문단에서 이 두 장르를 아울러 비평하는 것은 더욱 흔치 않다. 하지만 강씨의 관점에서 두 작업은 '보고 쓴다'는 점에서 같은 작업이다. 이야기를 밑천으로 또 다른 이야기(평론)를 쓴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문학의 한 장르를 쓰고 있는 문인이라고 생각한다. 강씨는 "영화계에서 비평가는 글 쓰는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간 <스무살 영화觀(관)> (문학과지성사 발행)은 이렇게 '보고 쓰는' 방법을 청소년의 눈높이 맞춰 쓴 영화입문서다. 구체적으로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 청소년, 대학 새내기에게 영화 보는 법과 글 쓰는 법을 소개한 책이다. 강씨는 "강연이나 대학 강의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영화에 관한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다. 구체적으로 방법을 묻기보다 포괄적으로 물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강씨 나름의 대답인 셈이다. 스무살>
강씨가 영화와 문학 평론을 쓸 때, 작품 선정부터 보고 쓰는 방법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자본의 영향을 적게 받는 소설은 작가 개인의 개성과 자의식이 구체적으로 표출되는 반면, 영화는 산업적 측면이 고려되면서 작품이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설은 작품성을 우선으로 치지만, 영화는 대중성과 재미를 함께 생각한다. 문학 평론을 쓸 때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이 글에 드러나도록 신경 쓰지만, 영화 평론은 대중이 메시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더 쉽고 사려 깊은 말로 표현하려고 한다. 강씨는 "장르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장르영화는 철저히 대중을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 안에 당시 시대상이 보인다"고 말했다.
강씨의 영화관은 신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은 100여편의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며 영화에 드러난 대중의 욕망(1장),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가치(2장), 장르영화에서 드러난 사회상(3장)을 포착한다. 각각의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을 20개의 소주제로 정리하며 '미장센' '클리셰'같은 영화용어 설명을 덧붙였다. "너무 어려운 철학책을 읽으면 다 읽기도 전에 포기하잖아요. 더 많은 독자들이 인문학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어려운 개념들을 비유적으로 쉽게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강씨는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준 작품을 꼽아 그 작품에 왜 끌렸는지를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작가, 감독, 제작자가 영화를 통해 구현하려 한 '보이는 의도'와 동시대분위기, 사회적 상식 같은 '무의식적인 의도'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자신만의 영화 보는 관점이 생긴다고 말이다. "책 제목인 '스무살 영화관'에서 볼 관(觀)자를 쓴 건 영화를 통해서 사회를 읽어내고 자신만의 사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빤히 들여다보고 오래 생각하고 남들이 보지 않는 측면에 호기심을 갖는 것. 이 세가지를 염두에 두면 아마도 조금은 다른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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