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빅토리아 히슬롭 지음·노만수 옮김/문학세계사 발행·576쪽·1만5,600원
영국 작가 빅토리아 히슬롭(53)의 데뷔 소설 <섬> 은 과거 그리스의 나병 환자 격리지구였던 스피나롱가 섬을 중심 무대로 여성 4대의 파란 많은 삶과 사랑을 (영미문학 특유의) 빼어난 스토리텔링 솜씨와 서정적 문체로 풀어냈다. 2005년 출간 이후 20여개 언어로 번역돼 영국 100만 부 등 1,000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 섬>
고고학자인 아버지와 그리스 크레타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런던의 박물관에서 일하는 스물다섯 살 아가씨 알렉시스. 부잣집 미남 에드와 결혼을 앞두고 점점 그와 거리감을 느끼는 그녀는 스물도 안된 나이에 아버지와 결혼해 영국으로 건너온 어머니 소피아의 과거가 새삼 궁금해진다. 과묵하고 정리벽이 있는 소피아는 자신의 과거를 자녀들에게조차 철저히 숨기고 살아왔던 것.
알렉시스가 휴가를 맞아 엄마 고향에 가보겠다고 선언하자, 소피아는 뜻밖에 선선히 허락하고 그곳에 사는 옛 이웃 포티니를 소개시켜 준다. 그녀는 알렉시스의 외할머니와 친구였고, 고향을 떠난 소피아와는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아온 사이. 이제는 버려진 섬이 된 스피나롱가를 지척에 두고 있는 마을 플라카에서, 포티니는 그렇게 죽은 친구의 손녀를 만나 소피아 집안의 숨겨진 과거를 며칠에 걸쳐 들려준다.
알렉시스의 외증조할머니 엘레니, 외할머니 안나와 이모할머니 마리아, 엄마 소피아로 이어지는 이 대서사에는 엘레니로부터 천형처럼 내리물림된 나병의 가족력, 스피나롱가 섬에 유배된 나병환자들이 일궈가는 따뜻한 공동체와 진실한 사랑, (소피아로 하여금 과거에 대해 함구하게 했던) 치정에 얽힌 수치스러운 가족사,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점령됐던 크레타의 현대사가 씨줄날줄로 엮여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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