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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설가의 여행법' 진정 그리웠노라… 소설 속 현장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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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설가의 여행법' 진정 그리웠노라… 소설 속 현장으로 가다

입력
2012.03.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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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여행법/함정임 글·사진/예담 발행·356쪽·1만5,000원

"공간성이 뛰어난 소설들은 독자로 하여금 직접 그곳으로 가도록 유혹한다."(317쪽)

소설가 함정임(48)씨가 자신을 매혹한 소설 속 공간을 찾아 여행하고 그 자리에서 다시금 소설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과정을 기술한 글을 묶은 책이다. 그 목록엔 폴 오스터의 뉴욕, 파묵의 이스탄불, 배수아의 베를린,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로맹 가리의 페루, 릴케의 파리, 헤밍웨이의 케냐, 카잔차키스의 크레타 섬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장 사진 역시 함씨가 직접 찍었다.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는 폴 오스터 <브루클린 풍자극> 의 주인공을 따라 뉴욕 브루클린 다리를 찾은 함씨는 "오래전부터 나는 살고 싶은 곳과 마찬가지로 죽고 싶은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자주 했다"(16쪽)며 한때 자신을 사로잡기도 했던, 이 소설의 문학적 화두를 짚어낸다.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월 스트리트가 폭발적으로 팽창한 19세기 중반을 무대로 한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를 다룰 때는 순응적인 줄 알았던 이 괴짜 필경사가 상사의 지시를 정면 거부하며 내던진 말, "I would prefer not to"(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를 서로 달리 번역한 두 한국어판을 비교하는 참신한 방식으로 작품의 본의에 접근한다.

"봄철에 티파사에는 신들이 내려와 산다." 함씨가 "첫사랑의 밀어"처럼 여기는 카뮈의 산문 '티파사에서의 봄'(티파사는 알제리의 지명)의 첫 문장이 그를 카뮈의 마지막 거처이자 그의 묘지가 있는 프랑스 루르마랭으로 이끈다. 고향 알제리의 향수를 간직한 카뮈가 직접 고른 이 고요한 산촌으로 향하는 길에 함씨는 기원한다. "진정 나는 확인하고 싶었다. 신들이 내려와 사는 곳, 그곳은 도대체 어떤 형상일까."(146쪽) 이 열망은 루르마랭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 끝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가장 간절한 슬픔"으로 화한다. "최고의 아름다움은, 그리움과 슬픔을 동반한다는 걸 나는 오랜 시간 수많은 글과 수많은 여행지를 통해 깨달았다."(150쪽)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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