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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호쿠 대지진 1년] (5.끝) 수도권 대지진 가능성 대비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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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호쿠 대지진 1년] (5.끝) 수도권 대지진 가능성 대비 분주

입력
2012.03.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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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파 흡수로 진동 없애자" 도쿄, 고층건물에 면진설계 붐

일본 문부과학성 프로젝트팀은 최근 도쿄(東京)만 북부에서 규모(진원지의 지진 강도) 7.3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도쿄 도심에서는 지금까지의 예상 진도(지역별 지진 강도)인 6보다 30배 이상 강한 진도 7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도쿄만의 지진 강도를 높게 책정한 것은 예상 진원지의 깊이가 30㎞에서 20㎞로 얕아졌고, 이에 따라 지진의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 정부는 진도 6을 기준으로 예측한 피해 규모인 도쿄 주민 1만1,000명 사망, 재산 피해 11조엔의 기존 데이터도 전면 수정키로 했다.

도쿄대 지진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초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4년 이내 70%라고 발표, 일본 열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존 정부산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가 제시한 30년 이내 70%에 비해 발생 시기가 훨씬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3월11일 도호쿠(東北) 대지진 발생 이후 6개월간 지진 빈도가 높아진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이후 교토대 방재연구소가 도쿄대와 같은 조사방법으로 조사 시기를 올해 1월까지 늦춘 결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4년 이내 발생할 확률은 2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기존 발표 보다는 높은 수치다.

도호쿠 대지진 이후 일본의 지각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일본 열도의 또 다른 대지진을 예측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 대지진을 경험한 일본 국민은 지진에 대한 공포보다는 이에 대비하자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지바(千葉)현에서 도쿄의 대기업 밀집지역인 오테마치(大手町)까지 전철로 출퇴근하는 40대 직장인 세키구치 고스케(関口幸介)씨는 최근 고토(江東)구 토요스에 올 연말 완공하는 초고층 아파트 입주를 결정했다. 이 건물은 단순히 지진에 견디는 내진설계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지진 파동을 흡수해 흔들림을 최소화한 면진설계까지 갖췄다. 도쿄에서는 이런 면진설계 빌딩 건설 붐이 일고 있다. 향후 20층 이상 고층 빌딩에 대해서는 면진설계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하지만 세키구치씨가 이 곳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그는 “대지진 당시 교통편이 두절돼 집에 돌아가지 못하면서 가족과의 연락이 끊어져 애태운 경험이 있다”며 “회사에서 걸어서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30대 주부는 최근 은행에서 1,000엔권 지폐 300장을 환전했다. 이중 200장은 집에 보관하고 나머지 100장은 남편과 초등학생인 두 딸이 나눠 가졌다. 그는 “지진 등 유사시 통신두절에 대비한 비상금”이라며 “가족이 흩어졌을 때 만날 장소를 미리 정해두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제도적 장치 보완도 한창이다. 도쿄도의회는 지진 등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원을 위해 사흘 정도 묵을 수 있는 공간과 음식을 비축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키로 했다. 도쿄도 세타가야(世田谷)구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비축식량 보관시설을 갖추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어린이의 안부를 걱정하는 보호자에게 메일 등을 보내는 긴급연락망도 갖추기로 했다. 시부야(渋谷)구는 지진 발생시 모든 주민들이 피난소를 찾을 수 있도록 홍보에 열심이다.

기업들도 대지진에 대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모리빌딩은 도쿄 미나토(港)구에 건설중인 47층짜리 주상복합빌딩에 대형 비상용 발전기를 도입키로 했다. 이 발전기는 정전시에도 85%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식품회사 글루코는 데우거나 가열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상비용 카레를 출시했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도코모 NTT는 음성 통화가 불가능한 장소에서 데이터통신을 이용, 가족의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음성전송 시스템을 개발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는 지진관련 발표는 당장 발생한다는 의미보다는 비상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전제로 제시된 것”이라며 “대지진 발생 1년을 계기로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 "脫원전" 바람 거세지만 대체전력 확보못해 고심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1년. 일본에는 지금 원전 54기 중 52기가 가동을 멈췄다. 니가타(新潟)현의 가시와자키가리와(柏崎刈羽) 원전 6호기는 26일 가동 중단되고, 내달 하순 홋카이도(北海道)의 도마리(泊) 원전 3호기가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추면 일본의 원전은 올스톱한다. 이중 후쿠시마 제1원전 1~6호기는 원전사고로 폐로 절차에 들어갔고, 일본 수도권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초대형 원전사고가 우려되는 시즈오카(静岡)현의 하마오카(浜岡) 원전은 자체 보강공사를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 반면 대다수 원전은 13개월에 한번씩 받게 돼있는 정기점검을 위해 일시 가동중단 상태다.

이들 원전을 재가동하는데는 많은 난관이 놓여있다. 우선 전문가들이 실시하는 안전평가를 통과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지자체 주민들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 원전 바람이 거세지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이 기회에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재가동은 앞으로 수년간 불투명하게 됐다. 하지만 전체 전력 공급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을 대체할 전력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탈 원전 사회로 접어드는 일본이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위한 각종 보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월말 원전의 수명을 40년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20년까지 연장하는 원자력 규제 관련 법안을 확정했으나, 논란이 일자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환경상 겸 원전사고 담당상은 “40년이 넘은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원활한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화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연료비는 3조엔에 달한다. 이는 일본의 소비세 1%와 맞먹는 금액이다. 일본 정부가 소비세 인상을 추진중이지만 전력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가 2차 석유파동 이후 31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은 엔고의 영향도 있지만 원자력 대체 에너지 수입에 기인한 탓도 크다.

전력회사들은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해 화력발전 의존도를 높일 수 밖에 없으나 연료비가 급증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 회사는 원전 가동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10% 이상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친환경 에너지 개발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원전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재일동포 기업가 손정의(孫定義) 소프트뱅크 사장은 최근 교토(京都), 군마(群馬), 도쿠시마(徳島)에 4개의 태양광발전소를 짓겠다고 밝혔다. 4월 착공되는 교토의 태양광발전소는 1,000가구, 군마현은 640가구 가량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손 사장은 전국의 휴경 농지 중 20%의 땅에 태양광 발전패널을 설치하면 원전 50기분인 5,000만㎾의 발전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막대한 건설비용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일본내에서조차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탈 원전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원전 완전폐기를 주장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7월에는 탈 원전을 기치로 내건 정치단체 녹색당도 창립할 예정이다. 인류학자 나카자와 신이치(中澤新一),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등 저명인사들도 탈 원전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다 데쓰나리(飯田哲也)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을 둘러싼 이익공동체인 정계, 관계, 업계, 학계, 미디어가 부른 인재”라며 “근거없는 안전 신화가 깨진 만큼 탈 원전의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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