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가운데 유일하게 미해독 상태로 남아 있던 고릴라의 게놈 염기서열이 모두 밝혀졌다. 고릴라의 유전자 구조는 생각보다 인간과 유사했으며 약 1,000만년 전에 인류의 조상과 갈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7일 라이브사이언스닷컴 등에 따르면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거 연구소는 고릴라의 게놈 염기서열 해독을 완료해 인간과 침팬지, 오랑우탄 등 4대 영장류의 유전자 지도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고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고릴라의 유전자 지도는 인류진화의 역사, 특히 어떤 유전적 특질이 영장류 분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사람과 침팬지, 고릴라의 진화에 의미를 갖는 유전자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1만1,000여개의 게놈을 추적ㆍ비교했다. 그 결과 인간과 고릴라의 유전자 일치율은 98%로 나타났다. 고릴라는 게놈 영역에서 침팬지(99%)보다 인간에 멀지만, 오랑우탄(97%)보다는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 게놈의 15%는 침팬지보다 고릴라가 더 비슷했다.
또 인류와 침팬지의 공동 조상이 고릴라와 분화한 시기는 약 1,000만년 전이며, 사람과 침팬지가 갈라진 것은 600만년 전으로 밝혀졌다. 진화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영장류의 분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랐던 셈이다.
이 연구는 종의 분화 시점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연구팀의 크리스 타일러-스미스 박사는 “통상 종의 분화가 특정 시점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일어난다”고 말했다.
인간의 언어능력에 대한 기존 가설을 뒤집는 증거도 나왔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청각 유전자의 급속한 발달이 인간만이 언어를 갖게 된 원인으로 추정했으나 고릴라의 게놈을 보면 인간과 고릴라의 청각 진화 속도는 비슷하고 여러 면에서 동시에 유전적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을 이끈 리처드 더빈 박사는 “20~30년 안에 다른 영장류와 현생 인류의 뇌구조를 구분짓는 유전자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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