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축구바람이 범상치 않다.
한국과 일본에 밀려 기지개를 켜지 못했던 중국축구가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후광을 등에 업고 주류 편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우승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를 5-1로 대파하는 승전고는 대륙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뒤를 이어 대권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시진핑 부주석은 축구광으로 알려졌다. 시 부주석이 축구 중흥 의지를 보이자 중국의 대기업들도 환심을 사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쿤밍에 살고 있는 류건영씨는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축구클럽을 운영하는 기업에 세금 감면과 대출 편의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중국 클럽들의 대대적인 투자 현상의 원인을 설명했다.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이 대표적인 케이스. 광저우를 인수한 헝다그룹은 다리오 콘카, 클레오, 무리퀴 등을 영입하면서 지난해 슈퍼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콘카가 1,200만달러의 이적료를 기록했고, 클레오와 무리퀴도 각 320만유로, 350만달러의 이적료가 발생했다.
광저우의 용병보다 더 명성이 높은 스타플레이어가 10일 슈퍼리그 개막전에 첫 선을 보인다. 프랑스의 골잡이 니콜라스 아넬카(상하이 선화)가 중국무대를 누비게 된 것. 중국의 축구팬뿐 아니라 선수들도 아넬카와의 대결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국가대표 수비수 류젠예(장쑤)는 "세계적인 선수와 함께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게 영광이다. 마침 개막전에서 상하이와 맞붙는다"면서 "축구팬들도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들뜬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이처럼 외인 스타들의 영입 러시에 중국의 축구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득점 랭킹 톱20위 순위를 보면 4명을 제외하곤 용병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지도자들도 외국인이 대세. 슈퍼리그 16개 구단 중 6명만 중국인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중국은 리그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력 있는 외국인 감독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 이번에도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 언론은 "기업들의 투자가 줄면 2, 3년 만에 거품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류젠예는 "정부와 기업의 관심은 선수들의 자신감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1년만이라도 수준 높은 축구를 볼 수 있다면 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얀 베르셀리옌 허난 감독은 "잉글랜드와 유럽이 그렇듯 중국도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이것이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광저우와 상하이 구단의 투자는 긍정적이다. 몇 년 후에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관심에 걸맞게 중국축구협회도 유망주 육성 등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협회는 2011년부터 유망주들을 유럽으로 유학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과연 중국축구가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아시아축구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 아넬카는 누구
EPL 득점왕·프랑스 아트사커 주역… 주급 3억1000만원에 상하이 선화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골잡이 니콜라스 아넬카(33ㆍ상하이 선화)는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다. 아넬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다가 지난 12월 상하이로 깜짝 이적했다. 상하이는 3억1,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주급을 약속해 아넬카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95년 프랑스 리그1의 파리 생제르맹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그는 잉글랜드 아스널,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첼시 등 빅클럽에서 활약하며 탁월한 골 감각을 자랑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뛴 적이 있다. 2008~09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9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첼시에서 맹활약하던 그는 페르난도 토레스의 가세로 입지가 줄어들자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지녔음에도 미련 없이 중국으로 떠났다.
'아트사커'의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유로 2000의 우승 일원이다. 그리고 A매치 69경기 14골을 기록하고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한 그는 32강 조별리그 2차전 도중 레몽 도메네크 감독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항명파동으로 인해 프랑스축구협회로부터 대표팀 18경기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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