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아 학교폭력 문제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경찰은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벌인 데 이어 4월까지 학교 내외 '폭력 조직'의 확장을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이 별도 기구를 신설하고 학교별ㆍ지역별 전담 형사를 배치하면서 전국적으로 일진 등 불량서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을 검거해 처벌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경찰의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혹 새로운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어제만 해도 경찰은 고교생 일진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후배인 중학생 일진 수십 명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금품을 갈취해 왔다고 한다. 선ㆍ후배 사이에 피라미드형 상납고리를 만들어 조직폭력배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경찰이 직접 개입하지 않고 교사나 학교 차원에서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학교폭력의 전형으로 보인다. 지난달 경찰 수사로 검거된 일부 일진은 피해 학생은 물론 부모에게까지 보복성 폭행까지 했다. 역시 경찰이 개입하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한 사건들이다.
경찰은 폭력을 일삼는 일진 등 불량서클이 전국적으로 165개로, 2,800여명이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80% 정도가 경찰의 엄정한 조사가 필요한 조직이라고 하니 그 동안 일반 학생들의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이 현재 진행 중인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지속해야 할 필요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경찰이 학교폭력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일에는 유의해야 할 대목이 많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우선 성과주의의 폐단이 재현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지역별 단순비교로 실적을 할당한다면 폭력 건수와 행태가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잠재적 학교폭력을 없애겠다는 방침에서 교육의 문제에 맡겨야 할 사안까지 경찰이 개입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경찰 내부에서 성과주의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고, 일선 교사와 학교에서 과잉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점을 경찰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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