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입점에 반대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하루 동안 생업을 접고, 거리로 나섰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의 상인 등 220여명은 8일 마포구청 앞에서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이들은 “올 6월쯤 시장에서 1㎞도 안 되는 합정역에 4,000여평 규모의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지역 상권은 완전히 붕괴된다”며 “입점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홈플러스가 예정대로 입점하면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해 불매운동 등을 전개할 것”이라며 마포구에 대책을 촉구했다.
상인들은 지난해 11월 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자 처음으로 직접 거리로 나섰다. 생전 처음 ‘입점 결사 반대’ 등의 구호가 쓰인 빨간 조끼와 연두색 띠를 머리에 묵고, 시장까지 가두 행진도 했다.
상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바로 홈플러스와의 악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시장에서 650m 가량 떨어진 월드컵 경기장에 까르푸를 인수한 홈플러스가 입점하고, 수 년 전 다시 망원역에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오면서 지역상권을 순식간에 장악해 버렸다. 32년간 가정 생활용품을 판매해온 김대용(69) 이정순(53) 부부는 “홈플러스가 합정역에 입점하면 월드컵경기장역, 망원역 등 인접한 3개 지하철역에 모두 홈플러스가 들어선다”며 “그 동안 매출액이 20~30%가량 감소해 합정점이 입점하면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슷한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지난 해 초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 상인들도 700m 가량 떨어진 곳에 롯데마트가 입점하려 해 가게 문을 닫고, 반대 집회를 열었던 것. 양측간 갈등이 증폭되자 결국 롯데마트가 재래시장 발전기금을 내는 등의 합의점을 찾아 그 해 10월 입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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