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부쩍 늘어난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을 찾아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 받았다. 덕분에 자신감이 생긴 김씨는 아내와의 특별한 시간을 만들려고 했지만 약 기운만으로 자연스러운 관계를 갖기는 쉽지 않았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처방 받은 약은 관계를 맺기 적어도 1시간 전엔 먹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부관계를 몇 시간 전부터 계획을 세워 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약을 먹었는데도 부부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김씨는 되레 자신감을 잃고 있다.
자연스럽게 34%, 충동적으로 25%
적잖은 한국 남성들이 김씨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해 말 20대 이상 남성 중 발기부전치료제를 먹어본 경험이 있는 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약 44%가 부부관계를 비계획적으로 한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운다는 응답은 20%에 미치지 못했다.
어떤 상황에서 주로 부부관계를 갖게 되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냥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돼서라는 대답이 34%로 가장 많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그냥 충동적으로 관계를 맺는다가 25%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90% 이상이 사전 계획이나 의도가 없는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부부관계를 갖는다고 답했고 가족계획 등 특별한 목적이나 주기에 맞춰 잠자리를 갖는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기다리는 동안 무슨 일이
발기는 혈액이 음경으로 들어간 다음 동맥이 확장되고 정맥은 닫혀 일시적으로 음경을 팽창시키는 현상이다. 스트레스나 과도한 긴장, 불안, 혈관이나 신경계 이상 등이 음경으로의 혈류 유입을 방해하면 발기가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 3개월 이상 이런 증상이 자주 지속되면 보통 발기부전으로 진단한다.
1990년대 후반 처음 발기부전치료제가 시장에 나왔을 때는 약으로 발기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여러 치료제가 잇따라 선보이면서 발기의 강직도나 지속시간, 발현속도, 가격, 부작용 등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실데나필 성분제는 강직도가 높고, 타다라필 성분제는 지속시간이 길다는 장점을 각각 내세웠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발기부전치료제는 대부분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1시간 이상이 걸린다. 복용 경험자들 사이에선 약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정작 아내는 관계를 꺼린다거나, 예상하지 못한 날 갑자기 아내가 부부관계를 원하는 바람에 치료제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현재 발기부전치료제 중 발현 속도가 가장 빠른 성분으로는 아바나필(제품명 제피드)을 꼽는다. 복용 후 15분 만에 약효가 나타난다.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는 "(발현 속도가 느리면)약효를 기다리는 동안의 긴장감이나 부담감이 남성의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음경을 비롯한 말초신경의 원활한 혈액 전달을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콕 집어 작용해야
대부분의 발기부전치료제는 음경에 혈액이 들어가는 걸 방해하는 효소(PDE5)를 억제한다. 그런데 몸 속엔 PDE5와 비슷한 효소들이 여럿 있다. 발기부전치료제가 PDE5 말고 비슷한 다른 효소에 함께 작용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머리가 아프거나 혈압이 떨어지거나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얼마나 PDE5에 정확히 작용하느냐에 따라 부작용 정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발기부전치료제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 제피드에서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며 "PDE5 외의 다른 효소에 상대적으로 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성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장(임일성비뇨기과의원 원장)은 "최근에는 파트너와 좀더 자연스러운 성생활을 할 수 있는 치료제를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약효가 나타나는 속도가 빨라 편의성이 높거나 부작용이 적어 만족도가 높은 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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