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의 석유차관이 반정부 세력 동참을 선언했다. 미국이 시리아 유혈 사태 해결을 위해 군사적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뤄진 선언이다. 게다가 시리아 고위층이 해외로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시리아 지배세력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압도 후세메딘 시리아 석유차관은 8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정권에서 벗어나 석유차관 직을 사임하고 바트당(집권당)을 떠났음을 밝힌다”며 “잔혹한 탄압과 부당함을 거부하는 국민의 혁명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33년간 시리아 정부를 위해 일했지만 더 이상 범죄 정권을 돕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시리아 유혈사태가 벌어진 후 바샤르 알아사드에게서 등을 돌린 최고위직 인사다.
후사메딘 차관의 사임 발표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군사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참석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으로 인도적 구호품의 공중투하, 해상 감시, 시리아군에 대한 공중정찰,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정부가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시사한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보 당국은 아사드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고위층이 수백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 같은 움직임이 시리아 고위층이 이탈을 시작하는 조짐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7일 발레리 아모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국장은 시리아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 관계자들과 함께 홈스의 바바 아므르 지역을 찾았다. 45분간 이곳을 둘러본 아모스 국장은 “눈에 보이는 것은 완전히 황폐한 모습”이라며 “인적이 거의 끊긴 홈스는 철저히 폐쇄된 도시 같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아모스 국장은 지난달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한 후 외부인으로는 처음 홈스를 방문했다. 특히 바바 아므르는 반정부 투쟁을 벌여온 자유시리아군의 근거지였다가 1일 정부군이 탈환한 곳으로, 즉결처형 등 정부군의 보복학살이 자행된다는 소문의 진원지다. 잔학행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일 아모스 국장의 입국 허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시리아 정부는 이날에야 방문을 허용했다.
시리아 정부는 안전 때문에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지만 반정부 세력은 시리아 정부가 잔학행위를 은폐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홈스의 반정부 활동가는 “일주일 간 아무도 바바 아무르 지역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오늘 방문을 허용한 이유는 간단하다”며 “정부가 모든 범죄의 증거를 지웠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