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부터 국어, 수학, 영어 시험 난이도를 선택해 치르는 수준별 시험이 도입되지만 상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어려운 B형을 2과목까지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애초의 취지는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8일 발표한 주요 35개 대학의 '2014학년도 수능 반영 방법'에 따르면 대부분 인문계열은 국어와 영어에서 어려운 B형을, 자연계열은 수학과 영어에서 어려운 B형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의 난이도이고, A형은 이보다 쉬운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말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하며 어려운 B형은 국영수 가운데 2과목까지만 선택하되 국어 B형과 수학 B형은 동시에 선택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인문계열의 반영 방법을 발표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북대, 전남대, 충남대 등 29개 대학은 모두 국어(B형)-수학(A형)-영어(B형)의 조합을 선택했다. 과목별 난이도 반영 조합은 모두 6가지가 가능하지만 다른 조합을 선택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자연계열 역시 29개 대학이 하나같이 국어(A형)-수학(B형)-영어(B형)의 조합을 반영하기로 했다. 유일하게 한영신학대만 모든 계열에서 3과목 모두 쉬운 A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예체능계열은 A형 조합이 대부분이다. 고려대, 이화여대, 중앙대, 건국대, 강원대 등 7개 대학은 국어(A형)-수학(A형)-영어(A형), 연세대(강원), 경희대, 가톨릭대, 한양대(ERICA) 등 6개 대학은 국어(A형)-영어(A형), 한북대는 국어(A형)-수학(A형)으로 과목만 다를 뿐 난이도는 모두 A형이다. 단 서울과학기술대 예체능계열은 국어(B형)-영어(B형)를 응시해야 한다.
대교협은 "자연계열 수험생은 쉬운 국어 A형을 선택해 부담이 줄고, 예체능계열도 국영수 모두 A형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아 학습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의 오종운 평가이사는 "상위권 대학들의 B형 반영 방침에 따라 중위권 학생들까지 B형에 맞춰 수능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고착된다면 굳이 A, B형을 나누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인문계 수험생은 국어 영어에, 자연계 수험생은 영어 수학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한 과목을 망치면 만회가 어려워 결국 학습부담은 같다"고 지적했다.
대교협은 2014학년도 수능 반영 방법을 확정짓지 않은 나머지 대학도 조속히 발표하도록 하고, 대교협 대입정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험생에게 안내할 계획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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