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에 지각한 학생, 급하게 보낼 서류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퀵서비스. 하지만 퀵서비스는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 빨리"문화에서 연간 3조원 규모로 성장한 퀵서비스 업종이 20년 만에 제도권 진입을 추진하면서 이에 따른 갈등을 겪고 있다. 전국 퀵서비스 업체 1,000여개는 "퀵서비스 업종을 법제화하겠다"며 1월 전국퀵서비스운수사업자협회(가칭)를 창립하고 국토해양부에 사단법인 설립 신청을 했지만, 퀵서비스 노조가 설립 저지에 나선 것이다.
현행법상 오토바이는 자가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퀵서비스 기사가 오토바이로 서류나 물건 등을 배송하는 것은 '화물자동차를 사용해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한다'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운법) 위반이다. 화운법뿐 아니라 서류 배송은 '국가 외에 타인을 위한 서신의 송달 행위를 업으로 할지 못한다'는 우편법 위반이고, 수능시험에 지각한 학생이나 회사에 늦은 직장인 등 사람을 태우는 것은 여객운송법 위반이라는 해석까지 있다. 법적 근거도 없이 전국 17만명의 퀵서비스 기사가 연간 수억 건을 배송하며 3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커 온 것이다.
업체와 기사 모두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한 관련법 제정 등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업체들이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김필호 전국퀵서비스운수사업자협회 회장은 "전국에 3,000여개에 달하는 퀵서비스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배송료가 10년 전과 똑 같다"며 "사단법인을 통해 업체를 허가제로 운영해 출혈 경쟁을 막고 표준요금제 제정, 법제화 추진 등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악덕 업체들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퀵서비스 노조에 따르면 퀵서비스 업체들은 주문을 알선하는 대가로 건당 23%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유류비 등 오토바이 유지비, 주문 검색 프로그램 사용료 월 1만6,500원, 보험료 월 1만원, 고객 쿠폰 발급비 장당 1,000원 등 배송 관련 비용은 모두 기사들 부담이다. 1만원짜리 주문을 받아도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약 3,500원이 전부다.
류승호 전국사회운송서비스 노조위원장은 "각종 명목으로 기사들의 고혈을 빨면서 보험료까지 착복해 보험적용도 못 받게 하는 부도덕한 업체들이 많다"며 "이런 업체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사단법인이 법제화에 앞장서면 결국 지금의 높은 수수료가 고착되는 등 기사들의 권익은 보호받지 못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제화를 둘러싼 업계 내부의 치열한 갈등이 무색하게도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법제화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 밖에 있지만) 시장에서 자유롭게 영업하는 자유업을 굳이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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