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금융ㆍ상업의 중심지 뭄바이에 있는 ‘아시아 최대 홍등가’ 카마티푸라. 이곳에는 상기니(Sangini)란 이름의 특별한 은행이 있다. 힌두어로 ‘여성의 친구’란 뜻인 이 은행의 주요 고객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카마티푸라에서 일하는 매춘 여성들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6일 “카마티푸라의 매춘 여성들이 ‘그들만의 은행’인 상기니에서 희망과 꿈을 적립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5년 전 문을 연 상기니 은행에 고객으로 등록돼 있는 매춘 여성은 4,000여명. 이날 상기니 은행을 찾은 시마(25)도 그 중 하나다. 시마는 이틀 간 몸을 판 고된 노동의 대가로 번 66달러를 브래지어에서 꺼내 건네면서 “돈을 많이 모아 언젠가는 고향에 내 집을 짓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생계를 위해 또는 인신매매로 홍등가로 흘러 든 여성들에게 시중은행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계좌를 만들 때 출생증명서, 거주등록증 등 각종 서류를 요구했고, 적은 금액은 아예 받아주지도 않았다. 또 매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기 일쑤였다. 콜카타에 아이 셋을 두고 있는 레나는 “상기니 은행은 단 1루피라도 안전하게 맡아준다”며 “예금 계좌를 갖게 된 이후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예 예금 통장을 은행에 맡겨 두는 매춘 여성도 있다. 몸을 팔아 힘들게 손에 쥔 돈을 남편이나 포주가 가로채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은행도 매춘 여성의 허락 없이는 인출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상기니 은행이 매춘 여성들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여성 사회운동가 루치라 굽타는 “저축을 통해 매춘에 덜 의존하게끔 하는 방향은 옳다”면서도 “매춘 여성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킬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은행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춘 자체는 합법인 인도에서는 250여만명의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혹은 강제로 거리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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