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가 자신을 수사 지휘했던 검사를 직권남용과 강요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파문이 일고 있다.
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남 밀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A(30) 경위는 대구 서부지청 B(38) 검사가 창원지검 밀양지청에 근무할 당시 폐기물처리업체의 무단 폐기물 매립 사건과 관련해 수사 축소를 종용하고 모욕했다며 모욕, 협박, 직권남용, 강요죄 혐의를 담은 고소장을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보냈다.
A 경위는 지난 7일 오후 경찰 내부망에 올린 '○○지청 검사를 고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고소장을 우편으로 조 청장에게 보냈다.
고소장에 따르면 밀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지난해 9월 밀양지역 폐기물처리업체가 농민을 속이고 사업장폐기물(정수 슬러지) 5만여톤을 농지에 불법 매립한 사건을 수사, 업체 대표를 구속하고 회사 간부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팀은 또 이 업체 간부로부터 3년여에 걸쳐 8,000여만원을 받은 지역신문 기자가 시청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 등을 추가로 밝혀내고 수사를 확대했다.
A 경위는 당시 구속된 이 업체 대표가 지역 지청장 출신과 지청 검사 출신 변호인을 선임한 이후 박 검사가 '지청장 관심사건이라서 부담스럽다. 업체 대표이사가 검찰 범죄예방위원인 것은 알지요' 등의 언급과 함께 사실상 수사 범위를 확대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월 검사실로 불려가 '야, 뭐 이런 건방진 놈이 있어' '너거(너희) 서장 과장 내 앞에 불러 볼까' 등 평생 씻을 수 없는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모욕과 협박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A 경위는 "평소 수사권 조정이나 검찰개혁 문제에 열정이나 투쟁의식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검사로부터 이런 일을 당하고도 대상이 검사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 제기도 못하고 숨죽여야 한다면 평생 비겁하게 생활하게 될 것 같아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한다"며 "이 사건 배후에 있는 수많은 의혹을 경찰청장이 풀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A 경위는 경찰대 출신이며, B 검사는 지난달 말 밀양지청에서 대구 서부지청으로 발령 났다.
창원지검은 이날 반박자료를 내고 "경찰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수사를 통해 폐기물처리업체 대표를 구속했다"며 "업체 대표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의해 보석으로 석방된 후 도주 우려가 없고 추가로 확인된 혐의가 없어 현재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정 변호사 선임과 관계 없이 원칙대로 수사해 구속 기소했으며 오히려 해당 폐기물처리업체에서 수사 담당 경찰관을 과잉 수사로 인한 직권남용으로 고소, B검사는 담당 경찰관에 대해 '혐의없음' 취지로 각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B검사는 담당 경찰관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 과정에서도 '고소인이 수사의 공정성과 과잉 수사를 문제삼고 있으니 수사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을 뿐 심한 욕설이나 폭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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