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째 주이니 대학마다 본격적인 신학기가 시작되었겠다. 그 시절을 반추해보자면 누구와 점심을 먹지, 라는 고민이 가장 컸던 나였으니 새내기들 가운데 여자들끼리 팔짱 끼고 다니는 경우라면 이는 대부분 밥의 힘으로 맺어진 커플들일 게다.
문예창작이라는 학과 특성상 전국 각지에서 특유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든 까닭에 절로 가려지던 낯, 제 발로 찾아간 학교였으나 글쓰기를 선택한 내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가 밤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깨나 재현했으니….
나 좋아 시작한 진로도 그러할진대 점수에 맞춰 학교 이름 좇아 제 길을 터 잡은 이들 가운데 지금 이러한 번뇌에 빠져 있을 신입생들 얼마나 많을까. 내 식대로 이른바 행복에 대해 정의해본 적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만큼 불행한 것이 없다 했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닐까.
그에 빗대자면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내가 원하는 길이 일치하도록 나와 나의 미래를 한 선상에서 배치하는 일이 우선일 거다. 아니다 싶을 때 얼른 뒤돌아 이다 싶은 길로 뛸 수 있는 용기와 배짱과 체력, 이도 다 젊으니까 가능하다는 계산에서 하는 말이다. 선생님 저 어느 대학 무슨 과에 붙었어요, 축하해주세요… 라는 문자가 재수 할래요, 죽고 싶어요…라는 문자로 뒤바뀌기까지 얘들아, 부침개 뒤집듯 서둘러 그럴 일은 아니란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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