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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인가 납골당인가… 시골 마을 '이상한 건물'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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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인가 납골당인가… 시골 마을 '이상한 건물' 발칵

입력
2012.03.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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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마을에 납골당을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주민들)"

"사찰을 짓는 것이지 납골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건축주)."

6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사무소를 지나 편도 1차로 도로로 3㎞ 정도 달리자 박곡리 상촌마을에 도착했다. 나지막한 산들이 옹기종기 자리잡은 집과 농지를 둘러 싼 채 그 사이로 냇물이 흐르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 눈앞에 나타났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47가구 150여 명으로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들이 사는 이 마을은 외지인의 발길이 닿기 힘들어 겉보기엔 한산 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나무들 사이로 '납골당 결사반대'라고 쓰여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주민 대여섯 명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주민 권모(74)씨는 기자가 다가서자 손가락을 들어 마을 맞은편 동산 위의 건물을 가리키며 "근린생활시설을 짓는다고 하더니 납골당을 세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에 새로 들어선 건물 하나로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용인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마을과 100m 정도 떨어진 언덕 위에 연면적 1,163㎡의 철골구조 소매점과 사무소 8개 동을 짓는 건축허가가 났다. 산지전용 및 개발행위허가도 동시에 받아 건물이 들어설 산 4,800㎡ 정도는 대지가 됐다. 공사는 빠르게 진행돼 건물 외관 및 조경 공사 등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내부 공사도 한창이다.

주민들은 근린생활시설로 생각해온 이 건물을 지난달 말 방문한 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2~3㎝ 두께의 합판들로 만든 직사각형 수납공간들이 사방을 꽉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건축주가 올 1월 중순 사찰로 용도변경을 신청했다는 것도 확인하면서 시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 강경구 이장은 "근린시설이 들어올 줄 알고 기대한 주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납골당이 생기면 차량 소음과 공해 등에 시달리고, 영농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용인시는 최근 현장을 확인해 도면대로 건물을 짓지 않고 무단으로 설계변경을 해 사찰 형태의 건축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설계변경 및 사찰로의 용도변경을 신청했지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단계라 아직 허가는 나지 않은 상태다. 건축주는 주민들에게 "납골당이 아니라 개인불상을 보관하는 사찰"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철골에 샌드위치 판넬을 붙인 사찰을 본 적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 관계자는 "납골당 설치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현 단계에서 납골당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며 "무단 설계변경에 대해서는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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